[대한민국 도시 이야기-청송] 기암이 병풍처럼 둘러싼 주왕산…오색 단풍 거울처럼 비춘 주산지
청송군 전체 면적의 80%는 산이다. 그중에서도 주왕산(周王山)은 한 해 80만여명의 방문객들이 찾는 명산이다. 1976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해발 720m로 높지 않고 규모도 작은 주왕산이 국립공원이 된 것은 다른 산에서는 보기 힘든 기이한 형태의 암석과 빼어난 풍경 덕분이다. 주왕산 내 고찰인 대전사(大典寺)에서 바라보면 ‘기암 단애’라 불리는 거대한 바위 7개가 산을 감싸쥐듯 병풍처럼 늘어서 있다. 주왕산이 석병산(石屛山)으로도 불리는 이유다. 수천만년 전 화산지대였던 이곳을 물과 바람이 깎아내며 만들어낸 작품이다.

주왕산이라는 지명은 중국 당나라 때 반역을 일으켰다가 이곳에 숨은 주도(周鍍)라는 인물에서 비롯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스스로 주왕(周王)이라고 칭한 주도는 신라로 도망쳤지만 신라군과 격전을 벌이다 화살에 맞아 죽었다고 전해진다. 이 때문에 주왕산엔 주왕의 전설이 스며든 곳이 많다. 주왕과 신라군이 격전을 벌인 기암, 주왕의 아들과 딸이 달구경을 했다는 망월대, 주왕이 숨었다가 숨진 주왕굴 등이 대표적이다.

주왕산 남서쪽 끝자락에 있는 주산지(사진)는 인공 저수지다. 조선 경종 1년인 1720년 마을 주민들이 논에 물을 대기 위해 주산계곡에 제방을 쌓아 만들었다. 둘레 1㎞, 길이 100m에 불과한 작은 호수 가장자리엔 왕버드나무 30여그루가 물에 잠긴 채 자란다. 물안개가 깔리는 새벽엔 물과 나무가 어우러져 몽환적인 풍경이 연출된다. 주산지는 2003년 개봉한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촬영지가 되면서 유명세를 탔다.

청송=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