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공채시험 문제는 '구조조정 해법'
올해 하반기 금융감독원의 신입직원 필기시험 문제가 금융가에서 화제다.

금감원은 지난 15일 시행한 신입직원 공채 필기시험에서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한 문제를 냈다. ‘감독당국이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참여할 경우 긍정적 영향과 부정적 영향’,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효율적인 구조조정을 위한 감독당국의 역할’을 서술하라는 문제다.

이 시험문제에는 기업 구조조정에 관한 금감원의 고민이 담겨 있다는 게 금융권의 평가다.

금감원은 과거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면서 사실상 기업 구조조정을 주도했다. 하지만 2014년 초 경남기업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과정에서 채권은행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4월 감사원으로부터 기관주의 조치를 받은 이후 금감원은 급속도로 움츠러들었다. 지난 3월 주채권은행 주도로 구조조정을 추진하도록 규정한 새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시행으로 합법적으로 구조조정에 개입할 근거도 없어졌다.

문제는 금감원이 사실상 손을 떼면서 구조조정 과정에서 채권은행 간 불협화음이 늘고 있다는 데 있다. 정부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시중은행들이 대우조선해양 여신건전성 등급을 낮춘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 때문에 원활한 구조조정을 위해선 금감원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채권은행 자율로 추진하는 구조조정이 삐걱거리면서 금감원의 조정 역할이 다시 필요한 상황”이라며 “필기시험 문제에서 금감원의 고민이 읽히는 것 같다”고 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