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일훈 북한 유엔주재 차석대사(오른쪽)와 조지프 디트라니 전 미국 6자회담 차석대표가 지난 2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한 호텔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일훈 북한 유엔주재 차석대사(오른쪽)와 조지프 디트라니 전 미국 6자회담 차석대표가 지난 2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한 호텔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당국자와 미국 전직 관료들이 비공식 접촉을 하고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을 탐색했다. 그러나 한·미 양국 정부는 국제사회와 긴밀한 공조 아래 강력한 대북 제재·압박을 지속할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

북한 한성렬 외무성 부상과 장일훈 유엔주재 차석대사 등 5명은 지난 21~2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특사, 조지프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 리언 시걸 미 사회과학원(SSRC) 동북아안보협력 프로젝트 국장 등 미국의 북핵 전문가와 비공식 접촉을 했다.

시걸 SSRC 국장은 이번 접촉 결과에 대해 “개인적 견해로 일부 진전이 있었던 것 같다”며 “북측은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하기 전에 미국과 평화협정 체결을 원했다”고 전했다. 장 차석대사도 “현안을 이것저것 다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이에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23일 “미국 정부는 이번 협의가 민간 차원의 ‘트랙 2’ 대화로 미 정부와는 전혀 관계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의미를 축소했다. 이 당국자는 “미 행정부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전무한 상황에서 성급히 대화 거론 시 북한의 잘못된 행동을 정당화할 뿐이라는 분명한 생각을 갖고 있다”며 “한·미 양국은 앞으로도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공조 아래 강력한 대북 제재·압박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미국이 공식 대화에 앞서 전직 관료를 활용해 접촉해 왔다는 점에서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