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경제정책방향을 세우는 데 골머리를 앓고 있다. ‘김영란법’ 시행, 갤럭시노트7 단종 등 최근 발생한 변수가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23일 “최근 불거진 경기 리스크 요인 때문에 내년 경제정책방향에 어떤 콘텐츠를 넣을지 고민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매년 12월 중순께 이듬해 경제 전망과 역점을 두고 추진할 경제정책을 담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한다.

지난 3분기 성장률은 수출과 투자 등의 부진으로 2분기(0.8%)보다 다소 하락했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4분기는 3분기보다 더 부진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기재부가 많은 시간을 할애해 고민 중인 정책은 부동산 관련 정책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의 재건축시장 과열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섣불리 시장을 건드리기엔 상황이 여의치 않다. 건설 경기가 꺾이고 부동산시장이 위축되면 가계부채 폭탄이 터져 전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내년 부동산 경기가 하락 사이클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올해 아파트 공급은 전국 기준으로 과잉 상태”라며 “내년 하반기쯤엔 역(逆)전세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소비 등 내수시장도 걱정이다. 기업 구조조정 등으로 고용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어 소비가 늘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 정부 관계자는 “소비가 자생적으로 살아나는 게 중요한데 지금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내수 진작 대책을 계속 쓸 수도 없는 노릇 아니냐”고 했다.

수출은 올해보다 나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세계무역기구(WTO) 등은 내년 세계교역량 증가율이 올해보다 높을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수출 대기업들의 체력이 떨어진 상황이어서 세계 교역량 증가가 곧바로 수출 개선 추세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