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칼럼] 10년의 약속, 100년의 동행
24일부터 나흘간 서울에서 ‘제5차 한·아프리카 장관급 경제협력회의(KOAFEC)’가 열린다. ‘산업화와 포용적 금융을 통한 아프리카의 농업 혁신’이 회의 주제다. KOAFEC는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올해 회의에는 아프리카 45개국의 최고위급 경제정책 결정권자들과 20여개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 등 약 300명이 참석한다.

지구촌은 아프리카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기아와 질병, 내전에 신음하던 ‘블랙 아프리카’가 특유의 역동성과 잠재력을 바탕으로 ‘컬러풀 아프리카’로 변모하기 시작해서다. 중국은 2006년 국가적 경제·외교역량을 동원해 중국·아프리카협력포럼(FOCAC)을 개최했다. 48개국 아프리카 정상이 참석해 중국의 위상을 알렸다. 이에 놀란 일본은 도쿄·아프리카개발회의(TICAD)를 경제협력의 중심 창구로 확대했다.

중국과 일본의 아프리카 경제협력 경쟁은 더욱 불붙는 모양새다. 지난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FOCAC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농업 현대화, 공공의료 등 10대 합작계획을 발표하며 600억달러의 지원을 약속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8월 케냐에서 열린 TICAD에서 300억달러 규모의 지원 계획과 함께 인재 육성, 기술 이전 등을 내세워 중국과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이에 비하면 KOAFEC의 첫걸음은 단출했다. 2006년 첫 회의엔 아프리카 15개국만 참여했다. 중국이나 일본처럼 화끈하게 내밀 선물 보따리도 없었다. 하지만 외세의 침략과 식민지 지배, 전쟁, 빈곤 등 놀랍도록 닮은 역사적 경험이 한국과 아프리카를 금세 하나로 만들었다. 한국의 개발경험 전수는 아프리카 국가들에 그 어떤 돈 보따리보다 소중한 선물이다.

KOAFEC는 이후 저비용·고효율의 실질적 경제협력체로 뿌리를 내렸다. 이번 회의에서도 50여개의 구체적인 개발·투자 후보사업들이 발표된다. 정부는 대외경제협력기금 등으로 지원사격에 나설 예정이다. 수출입은행도 약 40억달러 규모의 금융지원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올해 회의는 ‘동반자 관계를 넘어 공동 번영을 향해 나가자’는 슬로건을 채택했다. 아프리카에도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속담이 있다. 국가 간 경제협력은 다음 세대까지 내다보며 함께 가야 한다.

이덕훈 < 수출입은행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