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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태의 데스크 시각] '신약 신화(神話)' 쓴 길리어드의 교훈

입력 2016-10-23 17:24:45 | 수정 2016-10-24 01:15:53 | 지면정보 2016-10-24 A3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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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태 바이오헬스부장 py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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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약업계 사람들을 만나면 한숨부터 쉰다. 지금처럼 기죽은 적이 없었다고 하소연도 한다. 제약·바이오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으니 그럴 만도 하다. 한미약품 사태가 가져온 후유증이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뜨거웠던 제약·바이오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싸늘하게 식었다. 한미약품 사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내부자 정보 유출 혐의로 검찰 수사가 한창이다. 늑장 공시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의 집단소송까지 겹쳤다. 바이오를 미래 먹거리로 키우겠다던 정부조차 움츠러드는 모양새다.

한미약품 사태는 성장통

한미약품 사태는 ‘한 번은 터질 일’이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신약 개발 성공 확률이 워낙 낮은 탓이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물질 탐색부터 제품 출시까지 성공할 확률은 0.02%에 불과하다. 금광 개발(10%)이나 유전 개발(5%)보다 낮은 성공 확률이다.

글로벌 제약사들도 신약 개발에 실패하거나 중도 포기하는 일이 다반사다. 한미약품 또한 이 확률게임을 피해갈 수는 없었을 터다. 국내 다른 제약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이달 초 혈우병 치료제 신약의 미국 임상시험을 포기한 녹십자 같은 사례가 앞으론 더 빈번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높은 실패 확률은 제약 변방국인 한국엔 오히려 기회다. 신약 한두 개만 ‘대박’을 쳐도 단번에 글로벌 선두권에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엘은 진통제 ‘아스피린’으로, 화이자는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로 세계 선두권 제약사로 발돋움했다. 국내 제약사들이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는 길리어드사이언스도 마찬가지다. 1987년 미국 벤처기업으로 출발한 길리어드는 에이즈 치료제로 성장 발판을 마련한 뒤 2011년 파마셋이라는 회사를 인수한 것을 계기로 세계 6, 7위 제약사로 우뚝 섰다. C형 간염 치료제 ‘소발디’ 하나로 연간 12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게 되면서다.

기업·투자자 성숙 계기 돼야

한국 제약사들의 신약 개발은 이제 걸음마 단계다. 앞으로도 숱한 우여곡절을 견뎌내야 한다. 기업도, 투자자도 좀 더 성숙해져야 한다. 15년 넘게 적자를 냈던 길리어드의 성공 뒤엔 이를 참고 버텨낸 기업가와 투자자들의 ‘용기’가 있었다.

다행스런 것은 우리에게 아직 희망이 있다는 것이다.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항체의약품 복제약) ‘램시마’는 출시 3년1개월 만에 지난달 수출 1조원을 돌파했다. 120년 한국 제약사상 첫 사례다. 하지만 세계 최대 블록버스터 바이오의약품인 애브비의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 ‘휴미라’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휴미라는 지난해 12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해외에서 조금씩 성과를 내는 국산 신약도 하나둘 나오고 있다. 보령제약의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 일양약품의 백혈병 치료제 슈펙트, 동아에스티의 항생제 시벡스트로 등이 주인공들이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 규모는 1000조원 안팎이다. 자동차와 반도체 시장을 합친 것과 맞먹는 큰 시장이다. 고령화 추세 등을 감안하면 앞으로 훨씬 더 커질 것이다. 신약 개발로 제약 강국을 꿈꾸는 한국 제약산업이 한미약품 사태에 발목을 잡혀서는 안 된다.

박영태 바이오헬스부장 py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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