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前 민주당 상임고문(좌)·안철수 前 국민의당 대표(우)
손학규 前 민주당 상임고문(좌)·안철수 前 국민의당 대표(우)
개헌론이 대선판 합종연횡을 가르는 결정적인 변수가 될 전망이다.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지난 20일 정계복귀 회견에서 “87년 헌법체제가 만든 6공화국은 그 명운을 다했다”고 주장하면서 개헌을 고리로 ‘제3지대’ 에서 일을 도모하겠다는 뜻을 밝힌 게 개헌론을 매개로 한 제3지대에 힘을 실었다.

현재 대선 제3후보를 추진하고 있는 세력은 여러갈래다. 국민의당과 더민주를 탈당한 손 전 고문,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빅텐트론’을 주장하며 ‘새 한국의 비전’을 창립한 정의화 전 국회의장, ‘늘푸른한국당’을 창당한 이재오 전 새누리당 의원 등이다.

손 전 고문과 함께 김 전 대표, 정 전 의장, 이 전 의원 등은 적극적인 개헌론자들이다. 이들은 개헌을 매개 삼아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와 민주당 친문(친문재인)계를 배제하고 제3지대에서 힘을 합치자고 주장한다. 이들은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를 비롯한 새누리당 비박계와 민주당 김부겸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등에게 동참을 요청하고 있다.

현재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지지율 1,2위를 기록하지만 각기 30% 미만이라는 점을 내세운다. 압도적인 지지율을 나타내는 후보가 보이지 않는 만큼 개헌을 고리로 여야를 넘어 중도세력을 규합한다면 대선에서 제3후보가 승산이 있을 것으로 이들은 주장한다.

관건은 제3지대의 한 축인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개헌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다. 안 전 대표는 22일 기자들과 만나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며 “개헌 이전에 우리가 해야 하는 많은 일들이 있다”고 말했다. 개헌과 ‘제7공화국’ 건설을 기치로 정계복귀를 선언한 손 전 고문과 궤를 달리하는 발언이다. 안 전 대표는 “우선은 현행법률 하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고, 필요한 부분은 합의해서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 총선 때의 민의가 국민의당을 ‘제3의 길’ 주인으로 세워주신 것”이라며 “그 민의를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자신이 정계개편의 주역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제3지대 주도권을 놓고 손 전 고문과 김 전 대표 등 다른 세력과 경쟁을 예고했다. 손 전 고문은 “(안 전 대표와)둘이 힘을 합쳐 10년 이상 갈 수 있는 정권교체를 합시다”고 했으나 개헌에 대해 시각차를 보임에 따라 난항이 예상된다.

현재 개헌에 대해 대선 주자들간 찬성과 반대로 갈리고 있고, 방향을 놓고선 제각각이다. 때문에 개헌을 축으로 한 이합집산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반 총장은 개헌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지만 친박계 일각에선 ‘반기문 대통령-친박계 총리’구도를 거론해왔다. 새누리당의 김무성 전 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유 의원, 남 지사 등도 개헌을 지지한다. 김 전 대표와 오 전 시장 등은 개헌을 고리로 국민의당과 연정·협치도 구상하고 있으나 안 전 대표가 개헌에 부정적이어서 뜻대로 되기 어렵게 됐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내각제, 이원집정부제 등은 대통령 권한을 국회의원들에게 나눠주자는 것”이라고 개헌론을 비판했다.

야권에선 지지 기반이 안정돼 있는 문 전 대표는 개헌에 소극적이다. 안 지사도 “한자리 하는 분들이 권력을 나누기 위해 개헌이 필요한 게 아니다”고 권력구도 개편을 위한 개헌에 부정적인 뜻을 나타냈다.

개헌 문제를 논외로 치더라도 제3후보론이 대세를 형성하기는 쉽지않을 전망이다. 이념과 노선에 기반한 구도가 아니기 때문에 추진세력을 묶는 견고한 끈이 없다. 과거에도 기존 정당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기반으로 제3후보론이 끊임없이 등장했으나 대선에서 번번이 실패했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