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코스피지수가 3.6%가량 오르는 동안 베트남 말레이시아 대만 등 아시아 주요 신흥국들의 지수는 10% 넘게 상승했다. 경제성장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고 안정적인 수익에 대한 기대도 낮아 상대적으로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MSCI 신흥시장(EM)지수는 올해 14.4% 상승했다. 선진시장(DM)지수가 1.4% 오른 것에 비하면 큰 상승폭이다. 윤항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인상이 올 들어 몇 차례 지연돼 불확실성이 낮아졌고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해외 자금이 많이 유입됐다”며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반등도 신흥국 경기에 온기를 불어넣었다”고 말했다.

브라질 보베스파지수는 47.26%나 뛰었다. 러시아 RTS지수도 30.44% 상승했다. 원자재 수출 비중이 큰 국가들로 올해 2월 배럴당 26.21달러(WTI 기준)까지 떨어졌던 국제유가가 최근 50달러까지 오른 덕이 컸다. 아시아에선 베트남(18.54%) 인도네시아(17.65%) 태국(15.89%) 등 동남아시아 주요국의 주식시장 지수 상승률이 15%를 웃돌았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지난해 일본, 유럽 등에 들어갔던 자금 중 일부가 동남아 신흥국 주식시장으로 선회한 영향이 컸다”며 “이들 국가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좋아질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라고 말했다. 천연자원과 노동력뿐 아니라 국내총생산(GDP)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탄탄한 내수 시장과 6% 안팎의 높은 경제성장률이 동남아 신흥국들의 경쟁력이라는 설명이다.

수출 주도형 경제 구조에 중국 산업 경기 변동에 민감해 한국 시장을 닮았다는 평가를 받는 대만의 자취안지수도 올해 상승률이 10.48%에 달했다. 올해 정보기술(IT) 업황이 살아나면서 반도체·전자부품 산업의 가동률이 높아져서다.

높은 배당도 수급에서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대만 상장사들의 올해 예상 배당수익률은 3.9%다. 한국(1.7%)은 물론 일본(2.3%) 미국(2.5%)보다 높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