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일본 롯데 장악 나섰다
한·일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사외이사 한 명이 새로 선임됐다. 작년 8월 경영권 분쟁 이전까지 일본 롯데 임원 일색이던 롯데홀딩스 이사회에 외부 인사가 늘어난 것은 경영 투명성을 제고하는 한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 중심의 ‘원 롯데’ 체제로 재편하는 신호탄이란 해석이 나온다.

21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일본 롯데홀딩스는 지난 8월 미타치 다카시 보스턴컨설팅(BCG) 매니징디렉터를 새 사외이사로 등재했다. 작년 8월 처음 일본 롯데홀딩스의 사외이사로 선임된 사사키 도모코 데이토대 법학부 교수에 이어 일본 롯데홀딩스의 두 번째 사외이사다. 이로써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는 사내이사 7명과 사외이사 2명으로 바뀌었다.

미타치 사외이사는 교토대 문학부를 졸업한 뒤 1979년 일본항공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MBA)을 나왔다. 1993년 BCG에 입사해 일본 BCG 대표와 본사 시니어 파트너를 거쳐 작년 1월부터 BCG 본사 매니징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미타치 사외이사는 신 회장이 직접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10일 검찰이 한국 롯데그룹 수사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일본 롯데홀딩스의 사외이사를 추가 선임한 것은 신 회장 중심 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수순이란 분석이다.

그동안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진이 일본 롯데 임원 중심으로 꾸려져 있어 한·일 롯데의 경영권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신 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은 1.4%인 반면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가 좌우하는 종업원지주회(27.8%)와 5개 일본 관계사(20.1%), 임원지주회(6%) 등의 지분이 54%에 이른다.

일본 롯데홀딩스 사내이사진 7명은 신 회장과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외에 일본 롯데홀딩스의 쓰쿠다 다카유키 대표와 고바야시 마사모토 최고재무책임자(CFO), 가와이 가쓰미 상무 등 일본 롯데 임원 5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고바야시 CFO는 신 회장 측근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일본 롯데홀딩스에 외부 출신이나 신 회장과 가까운 인사가 늘어나는 것은 일본 롯데홀딩스에 대한 신 회장의 장악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방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