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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필리핀 뺏긴 미국·일본, 두테르테 달래기 나서나

입력 2016-10-21 18:28:10 | 수정 2016-10-22 03:47:16 | 지면정보 2016-10-22 A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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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테르테 방일 앞두고 긴장

남중국해 해상경비 강화하며 영유권 문제 거론하려던 일본
동남아 외교전략 수정 불가피

'결별 선언'에 당황한 미국도 국무부 차관보 필리핀에 급파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탈미친중(脫美親中)’ 행보를 이어가자 필리핀의 전통 우방국인 미국과 일본이 당혹해하고 있다. 오는 25~27일 두테르테 대통령의 일본 국빈 방문을 계기로 남중국해에서 중국 ‘포위망’ 강화를 노린 일본 정부로서는 동남아시아 외교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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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미국과 결별하겠다고 한 두테르테 대통령 발언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대니얼 러셀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필리핀에 급파하기로 했다.

◆중국에 선수 뺏긴 일본

중국을 국빈 방문한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20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하고 친중노선을 선언했다. 이 같은 중국과 필리핀의 ‘밀월 무드’에 일본 정부는 잔뜩 긴장하고 있다.

당초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다음주 두테르테 대통령의 방일 때 남중국해 문제를 본격 거론하고 미국, 필리핀 등과 연계해 중국의 해양패권 확대를 견제하려는 심산이었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두테르테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남중국해 연안 경비능력을 향상할 수 있도록 필리핀에 대형 순시선 두 척을 제공하기로 했다. “일본의 사활이 걸린 중요한 해상 교통로”라고 아베 총리가 강조해온 대로 남중국해는 일본에 안보전략상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필리핀이 중국 쪽으로 기울면서 일본과 미국의 중국 포위망에 구멍이 뚫릴 위기에 처했다. 필리핀은 지난 7월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은 근거가 없다”는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결을 이끌어내는 등 대(對)중 봉쇄선의 핵심 고리 역할을 했다. 그 고리가 이탈하면 중국은 남중국해 군사기지화를 기반으로 해 일본과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주장도 강화할 수 있다.

미국과 결별을 선언한 두테르테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도 일본으로선 부담스럽다. 외교적으로 중국에 선수를 빼앗긴 데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마음을 되돌려 놓기엔 경제지원 규모 면에서 중국을 능가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중국은 필리핀에 135억달러에 이르는 경제협력 선물 보따리를 안긴 것으로 알려졌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추진 중인 마약 중독자 재활사업 등에는 90억달러(약 10조2000억원)를 빌려주기로 했다.

일본 외무성의 한 간부는 “단호한 전 필리핀 정부에 비교하면 (남중국해 문제에) 후퇴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영유권 문제를 놓고 일본과 필리핀이 전처럼 연대하기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행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포위망 형성을 노려온 일본과 미국의 전략을 근본부터 와해시킬 수 있다고 마이니치신문은 관측했다.

◆美, 두테르테 발언 진의 파악 분주

두테르테 대통령은 취임 이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욕설을 하고 합동군사훈련 중단, 원조 거부 등을 주장했다. 이어 중국 방문을 계기로 미국과의 결별도 선언했다.

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그 (결별) 발언이 정확히 뭘 의미하는지, 또 그 결과는 무엇인지가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필립 골드버그 주필리핀 미국대사도 21일 필리핀 GMA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정책 차원에서 이번 발언의 구체적 의미가 뭔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 시각에서 볼 때 우리가 이혼소송 중인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러셀 미 국무부 차관보는 이번 주말 필리핀 정부 인사들을 직접 만나 진의를 파악할 예정이다.

필리핀의 친중 전환은 중국 부상을 견제하는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 상당한 차질을 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설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파도타기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자신의 행보가 필리핀은 물론 더욱 광범위한 지역에 매우 위험한 결과를 불러올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워싱턴=박수진 특파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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