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미국 가수 밥 딜런이다. 가수로서는 최초의 ‘문학상’ 수상이다. 그래서 학계 일각에서는 밥 딜런의 작품이 ‘문학이냐 아니냐’를 두고 논쟁이 한창이다. 상을 수여한 근거는 가사일까 아니면 멜로디까지 포함하는 것일까도 의문이다. 어쩌면 그가 부른 ‘노래’ 자체를 문학상 수상 대상으로 판단했는지도 모른다.
‘노래’는 시(詩)를 전달하는 수단. 선사시대 인류의 가장 중요한 발명품이자 인류문명의 역사와 지혜를 담은 ‘기록’.
‘노래’는 시(詩)를 전달하는 수단. 선사시대 인류의 가장 중요한 발명품이자 인류문명의 역사와 지혜를 담은 ‘기록’.
문학이란 무엇인가?

‘문학(文學)’이라고 하면 ‘종이에 인쇄된 문자’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당연한 반응이다. 인류가 문자와 종이를 발명한 이후 ‘책’은 문학을 실어 나르는 압도적인 매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자를 넘어선 ‘문학’도 존재한다. 구비문학(口碑文學)이다. 입에서 입으로 전승되어 온(oral tradition) 작품들이다.

구비문학은 문자문학에 비해 역사가 깊다. 지난 주 칼럼에서, 몸짓언어-음성언어-문자언어 순으로 인류 의사소통 수단의 진화가 이루어졌다고 이야기한 것을 기억하시는지. 그렇다면, 아직 문자언어가 발명되기 전 상황을 생각해 보자. 동시대 사람에게 널리 알리고 후대에 전달해야 하는 중요한 정보를 사람들은 어떻게 다루었을까. 정보를 외우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었을 터이다.

외우기 쉽도록 정보를 다듬는 과정은 대략 두 갈래다. 하나는 이야기로 만들어 전체의 연결성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두 번째는 외워서 말하기 편하도록, 다시 말해 낭송하기 좋도록 박자를 넣어 전승하는 것이다. 정형시(定型詩)의 음률은 예컨대 3.4조, 4.4조 등 선사시대(先史時代)부터 전해 내려온 ‘낭송(朗誦)’의 흔적일 가능성이 크다. 어쩌면 시(詩)는 기록문학 이전부터 존재해 온 유구한 형식이며 인류문명의 정수(精髓)를 보존해 온 ‘문명사의 꽃’인지도 모른다.

종교가 바꾼 문학 문체

불교와 기독교는 모두 외래종교다. 어떤 학자들은 불교의 토착화 정도가 기독교의 그것에 비해 보다 진전되어 있다는 평가를 한다. 불교의 전래시기가 훨씬 이르다는 뜻으로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물론 불교의 한반도 전래시기가 기독교에 비해 1000년 이상 빠른 것은 역사적 팩트다. ‘경전의 낭송’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불교는 리드미컬한 경전을 완성했고 기독교 성경(聖經)은 운문(韻文)이 아니라 산문(散文) 텍스트라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한국문학사에 있어 기독교 성경은 다른 측면에서 지대한 공헌을 했다. 한국어 최초의 구어체 문장이 바로 성경 번역이다. 한국어 문장이 문어체에서 구어체로 넘어가는 역사적 전환기를 마련한 것이 바로 성경 번역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한국 현대문학사의 기원이 ‘번역’이라고 말하는 학자도 있다. 최초의 성경 번역은 함경도 사투리로 기록되었다는 사실도 참고로 알아두자.

‘노래’는 시(詩)를 전달하는 수단이었을 것이다. 선사시대 인류의 가장 중요한 발명품이자 인류문명의 역사와 지혜를 담은 ‘기록’이었을지도 모른다. 문자 발명 이전에는 신성하고 신령한 ‘도구’였을

이다. 문자 발명 이후 그 중요성은 빠르게 줄어들었을 테지만. 본래의 주요한 역할과 기능이 사라졌다고 해서 어떤 물건, 제도, 현상이 일시에 사라지지는 않는다. 다만, 생존 방식과 사회적 중요도가 달라질 뿐이다. 예를 들어보자. 카우보이는 중요한 전문직이었다. 무리의 질서를 유지하면서 짐승들과 먼 거리를 이동한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여정 자체도 험난하지만 대처해야 하는 돌발 상황도 하나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평원 목초지에서 도시 인근까지 소 떼를 몰고 이동하는 것이 카우보이의 주요 임무였다. 가축을 기르는 곳과 도축하는 곳을 연결해서 도시인들에게 신선한 육류를 공급한 것이다.

노래는 문학에서 무엇인가?

카우보이의 중요성은 냉동기술의 발명 이후 빠르게 줄어들었다. 살아있는 가축과 장거리를 이동하는 일 자체가 들이는 노력에 비해 별다른 의미가 없는 행위가 되어버린 탓이다. 그렇다고 카우보이라는 직종이 아주 없어지지는 않았다. 냉동기술 발명 이전과 이후의 카우보이를 생각하면, 문자 발명 이전과 이후 시와 노래의 기능, 의미, 역할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추론해 볼 수도 있을 터이다.

그래서 다시 생각한다. 밥 딜런에게 수여한 노벨문학상은 가사, 작곡, 노래 가운데 무엇을 대상으로 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