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분기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소비가 4년9개월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엔화 강세로 인해 외국인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일 일본 관광청에 따르면 3분기 외국인 관광객 소비액은 9717억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 감소했다. 외국인 소비가 줄어든 것은 2011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9월 방일 관광객은 191만8200명으로 전년 동기 19% 늘었지만 전체 소비는 감소했다. 1인당 외국인 관광객 소비도 전년 동기 대비 17.2% 급감했다.

외국인 소비 감소는 엔화 강세 탓이 크다는 분석이다. 관광청은 전체 소비액의 80%를 차지하는 중국 대만 한국 홍콩 미국의 엔화기준 1인당 지출이 모두 줄었지만 현지 통화 기준으로는 홍콩을 제외하곤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들 국가 통화가치는 엔화 대비 1년 전보다 10~20%가량 떨어졌다.

하지만 소비 내용을 보면 외국인 소비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항목별로는 숙박비, 식비 등 여행비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증가한 반면 쇼핑비는 17% 줄었다. 일본은행은 이달 지역 경제 보고서(사쿠라보고서)에서 방일 관광객 소비가 해외 명품 등 고가 제품에서 화장품 등 생활용품으로 바뀌고, 체험형 소비를 선호하는 외국인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외국인 소비를 주도한 중국인 관광객(요우커)의 ‘바쿠가이(싹쓸이 쇼핑)’도 주춤하고 있다. 중국 위안화 가치가 하락한 데다 중국 정부도 해외 소비를 중국내로 돌리려는 정책을 잇따라 내 놓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행 삿포르지점은 100만엔 넘는 시계와 10만엔 정도 하는 밥솥의 판매가 신통치 않다고 전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