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대 학생들이 멈춰 세운 박원순표 '등록금 포퓰리즘'
박원순 서울시장(사진)이 서울시립대 무상교육(등록금 전액 면제) 계획을 내년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 등록금 면제로 교육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며 서울시립대 학생들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박 시장의 ‘등록금 포퓰리즘’을 직접 당사자인 학생들이 멈춰 세운 것으로, 박 시장이 ‘포퓰리즘 역풍’을 맞은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김태균 서울시 정책기획관은 20일 “서울시립대 학생들의 의견 수렴 결과 등록금 전액 면제에 필요한 예산을 내년에는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며 “박 시장이 제안한 정책의제인 대학생 등록금 부담을 줄이는 문제는 사회 불평등 완화와 교육 기회 균등을 위해 학생, 교수, 정부 등과 지속적으로 토론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립대 총학생회도 이날 학생회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린 ‘박원순 시장의 전액장학등록금 관련 보고’라는 글에서 서울시가 전액장학등록금 제도를 당장 내년부터 시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총학생회는 “박 시장이 앞으로 서울시립대 구성원과 소통을 적극적으로 하며, (무상교육) 시행으로 인한 여러 우려에 대해 치열하게 토론하고 함께 고민한 뒤 시행하기로 했다”며 “기숙사·교육환경·중앙도서관 문제 등 다양한 학내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 힘써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시립대 총학생회는 박 시장을 면담했다.

박 시장은 지난 6일 페이스북 방송 ‘원순씨 X파일’에서 등록금 전액 면제를 두고 “심각하게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립대 총학생회는 10일 박 시장과의 면담을 통해 ‘학생과의 소통’을 요구했다. 총학생회의 요청은 무상교육보다 시급한 학내 현안 해결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총학생회는 다음달 8일 열릴 학생총회에서 전액장학등록금 철회안을 공식 안건으로 상정하기로 한 상황이다. 서울시립대 교수들과 학생들은 전국 국·공립대 중 꼴찌 수준인 기숙사 수용률, 개설강좌 수 감소, 정체된 연구 역량 등을 거론하며 무상등록금으로 인한 교육의 질 저하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