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어떡해, 얼마나 아프면 공을 꺼내지도 못하네….”

심한 허리 부상에도 대회 출전을 강행한 전인지가 20일 KB금융스타챔피언십 1라운드 1번홀 그린에서 통증을 참아가며 퍼팅 라인을 읽고 있다. KLPGA  제공
심한 허리 부상에도 대회 출전을 강행한 전인지가 20일 KB금융스타챔피언십 1라운드 1번홀 그린에서 통증을 참아가며 퍼팅 라인을 읽고 있다. KLPGA 제공
20일 경기 양주시 레이크우드CC 1번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올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KB금융스타챔피언십(총상금 8억원)에 출전한 전인지(22·하이트진로)가 파 퍼트를 성공시킨 뒤 공을 제대로 꺼내지 못하자 팬클럽 회원들이 발을 동동 굴렀다. 허리 통증이 심해 이날 경기 시작 전 기권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던 전인지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18홀을 모두 완주하는 ‘부상 투혼’을 발휘해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전인지의 아버지 전종진 씨는 “팬들이 멀리까지 왔는데 시작도 안 하고 기권할 수 없다고 고집을 부려 말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디펜딩 챔피언인 전인지는 이날 4분의 3 스윙, 즉 3쿼터 스윙과 하프 스윙(백스윙을 절반만 하는 스윙)을 주로 구사했다. 허리와 하체를 거의 쓰지 않는 컨트롤 샷이었지만 실수가 제로(0)에 가까운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눈길을 끌었다. 의정부에서 온 한 갤러리는 “피니시가 없는 반스윙인인데도 거리와 방향성이 정상 스윙과 큰 차이가 없어 놀라웠다”고 말했다. 10번홀(파4)까지 줄 파를 이어온 그는 11번홀(파5)에서 10m가 넘는 긴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는 등 후반에만 3개의 버디를 잡아냈다. 13번홀(파4)에서 보기 한 개를 내준 전인지는 2언더파를 쳐 공동 21위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전인지는 “연습라운드 때부터 허리가 많이 아팠는데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며 “오늘 치료 잘 받아서 내일 경기도 잘 치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인지는 경기 직후 곧장 병원으로 달려갔다.

전인지와 같은 조로 경기한 박성현(23·넵스)은 17번홀(파3)까지 버디만 6개를 골라내는 무결점 경기를 펼치다 마지막홀(파4) 티샷을 오른쪽 해저드에 빠뜨린 탓에 보기를 범해 5언더파 공동 6위에 이름을 올렸다. 함께 경기한 고진영(21·넵스)도 버디 4개를 골라 4언더파 공동 9위에 자리 잡았다. 이들 ‘빅3’는 평일에도 갤러리 1000여명을 몰고 다녀 흥행 보증수표임을 입증했다.

이날 1라운드 선두는 오전 일찍 경기를 시작한 김해림(27·롯데). 보기 없이 버디만 7개를 잡아내 7언더파 단독 선두에 올라 시즌 2승 기대감을 부풀렸다. 그는 지난 5월 교촌허니레이디스오픈에서 생애 첫승을 거뒀다. 김해림은 “올해 2승이 목표였고 메이저대회 1승도 하고 싶었다”며 “이번 대회를 제패해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고 싶다”고 했다.

김해림은 이달 초 열린 하이트진로챔피언십에서 예선 탈락해 첫승 이후 뚜렷하던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이어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KEB하나은행챔피언십에서도 13오버파로 하위권에 머물러 챔프의 자존심을 구겼다.

이정민(24·비씨카드)도 이날 모처럼 훨훨 날았다. 보기 1개, 버디 7개를 묶어 6언더파로 공동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정민은 스윙과 퍼트가 모두 엉키면서 올 시즌 예선 탈락 여섯 번, 기권 두 번을 기록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일본 투어에서 돌아온 정연주(24·SBI저축은행)와 ‘엄마골퍼’ 안시현(32·골든블루), 루키 이지현(20)이 6언더파를 쳐 선두 김해림을 1타 차로 추격 중이다.

양주=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