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어찌하오리까] (7) 잘나가는 헤지펀드의 '종목 선별법'
헤지펀드의 기본은 ‘롱쇼트’ 전략이다. 오를 것 같은 주식은 사고(롱) 떨어질 주식은 공매도(쇼트)하는 것이다. 국내에서 ‘잘나가는’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어떤 기준으로 주식을 사고파는 것일까. 올해 헤지펀드 시장에서 수익률 상위권을 달리고 있는 운용사 세 곳에서 ‘종목 감별법’을 들어봤다.

①라임자산운용의 전략

대표적 헤지펀드 운용사인 라임자산운용의 원종준 대표는 기업의 영업이익 성장률보다는 ‘성장세’를 본다고 말했다. 성장세는 연간 성장률의 기울기를 뜻한다. 예를 들어 올해 약세를 띤 소비재 등 중소형주도 성장률 자체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성장세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예를 들어 올해 성장률 20%만 놓고 보면 높은 수치지만 지난해 성장률이 40%였다면 성장세가 둔화한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올 들어 주가 흐름이 좋은 조선·건설·철강·은행주는 성장세가 좋은 업종들이다. 3~4년간 적자를 내거나 흑자폭이 작았기 때문이다. 원 대표는 “현재 중소형주가 부진한 것은 단순히 국민연금이 매도했기 때문이 아니라 해당 종목들의 성장률 기울기가 낮았던 탓”이라며 “반대로 대형주는 상대적으로 성장세가 높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주식투자 어찌하오리까] (7) 잘나가는 헤지펀드의 '종목 선별법'
② 유경PSG자산운용의 전략

유경PSG자산운용은 올해 주식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주역이다. 연초 이후 이 회사 주식형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10.74%. 주식형펀드를 운용하는 45개 운용사 가운데 1위다. 대표 헤지펀드인 ‘유경 PSG헤리티지밸류’ 역시 연초 이후 5.82%(지난달 말 기준)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 회사의 장동원 헤지펀드 수석매니저는 현금 흐름을 중시한다. 매출이나 이익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꾸준히 현금을 벌어들이는 안정적인 기업을 택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투자가 활발한 고성장기에는 현금 흐름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요즘 같은 저성장기에는 현금 흐름이 취약한 기업의 투자 위험도가 높아진다. 장 매니저는 “현금 흐름을 가늠하는 지표는 저성장기에 더 빛을 발한다”며 “최근 3~4년간 배당주 성과가 좋았던 것도 이 같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현금 흐름을 보는 지표는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상각 전 영업이익(EV/EBITDA). 매년 벌어들이는 현금 대비 회사가 얼마나 저평가됐는지 알아볼 수 있는 지표다. 재무제표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에프앤가이드 등의 사이트에서 개인투자자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이다. 평가가격 대비 높은 수익을 내는 종목을 찾는 데 활용한다. 마지막은 배당수익률이다. 배당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현금 흐름이 꾸준하다는 말과 같은 뜻이기 때문이다.

③타이거자산운용의 전략

김권 타이거자산운용 이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익 성장률과 주가수익비율(PER)의 관계다. PER이 높은지, 낮은지 판단하는 기준을 성장률로 삼는 방식. 연평균 20%씩 꾸준히 성장하는 회사라면 PER이 20배 정도 적용받는 게 적당하다는 얘기다. 지난해 주가가 크게 오른 화장품주는 연 성장률은 20%대인데 PER이 60~80배에 달하는 종목이 많았다. ‘성장률=PER’ 공식을 이용하면 전형적인 고평가 종목인 셈. 김 이사는 “이 같은 기준을 적용해 거품이 낀 종목은 매도하고 저평가된 종목은 사들이는 것을 매매 원칙으로 삼고 있다”고 소개했다.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와 상관없이 단기간 주가가 빠지는 경우도 ‘매수 신호’로 받아들인다. 블록딜 이슈가 대표적이다. 타이거자산운용은 올해 블록딜로 주가가 크게 떨어진 한국항공우주를 사들여 높은 수익을 거뒀다. 이 회사는 2014년 자문업을 시작으로 업계에 발을 들인 뒤 운용사로 전환한 신생 회사다. 대표 펀드인 ‘타이거5COMBO’는 연초 이후 9.59%라는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