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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출퇴근길 '지옥철' 전우애로 버틴다고?

입력 2016-10-20 17:26:25 | 수정 2016-10-21 02:23:31 | 지면정보 2016-10-21 A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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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의 역사

이언 게이틀리 지음 / 박중서 옮김 / 책세상 / 442쪽│1만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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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이 만원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할 때 보장받는 면적은 ‘동물의 인도적 운송’을 위해 권고되는 면적보다 좁다. 한국 정부는 축산업자가 가축을 차로 옮길 때 “동물이 서 있는 상태에서 자유공간이 제공될 정도의 적절한 공간”을 주도록 ‘동물복지 운송 차량기준’을 통해 권고한다. 반면 러시아워에 대중교통을 탄 사람은 자유공간은커녕 인파에 몸이 끼어 옴짝달싹 못 하게 될 때도 많다. 돼지에게조차 부적절하다고 여겨지는 공간에 잔뜩 욱여넣어지는 상황을, 그것도 각자가 자발적으로 그런 공간으로 뛰어드는 상황을 우리는 도대체 어떻게 인내할 수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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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저술가 이언 게이틀리는 《출퇴근의 역사》에서 직장인들이 ‘고통의 대명사’처럼 여기는 출퇴근 시간에 대해 색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저자는 대중교통의 과밀화가 부정적 현상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사람들이 그것을 견디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이 고통을 나만 느끼는 게 아니라 옆에서 나와 몸을 밀착한 저 사람도 느끼고 있다”는 사실에서 통근자들이 일체감과 동질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우리가 러시아워에 대중교통을 타는 건 그런 경험에서 행복을 느끼기 때문”이라는 폴 블룸 예일대 심리학과 교수의 연구도 인용한다. “상대가 같은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여도 견딜 수 있을까”라고 자문해 보면 저자의 이런 지적에 수긍이 간다.

저자는 이 책에서 출퇴근의 역사와 미래, 이와 관련한 심리 변화 등 다채로운 사회현상을 보여준다. 저자에 따르면 과거에는 ‘사는 곳이 곧 일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19세기 들어 대도시가 형성되면서 ‘출퇴근의 역사’가 시작됐다. 사람들은 수익이 많이 나는 대도시에서 일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대도시에는 콜레라와 오물, 비참한 인간 군상이 넘쳐났기 때문에 집은 한적한 교외에 두고 싶어 했다. 1830년대 본격화한 철도의 발전이 이런 바람을 실현 가능하게 했다. 한때 철도를 타고 출퇴근하는 일은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 위험했지만 말이다. 철도 보급 초기에는 수많은 인명을 앗아가는 사고가 많았고 이 때문에 기차에 대한 공포가 팽배했다.

현대로 넘어오면서 출퇴근길은 비교적 안전해졌다. 그러나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자가용을 타고 출퇴근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교통 체증은 나날이 심해지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운전자들은 자동차를 매우 소중히 여기기 때문에 자동차 통근자는 대중교통 승객에 비해 폭력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 도로 정체로 운전자들이 서로 꽁무니를 바라보게 되면 ‘비대칭적 의사소통 상태’가 되고 이것이 화를 돋우기도 한다. 이로 인해 나타나는 이른바 ‘노상 분노’에 대해 저자는 “1990년대 도로 정체가 극심해지면서 노상 분노도 극에 달했다”며 “매년 수백명의 희생자를 낳는 심각한 문제”라고 진단한다.

대중교통이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니고 자가용도 마찬가지라면 출퇴근을 없애야 하는 걸까. 정보통신 기술이 발달하면서 사람이 일을 찾아오는 게 아니라 일이 사람을 찾아오는 게 가능해졌다. 그러나 저자는 “통근 시간을 결코 낭비나 헛수고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그는 패트릭 피체트 전 구글 최고재무책임자(CFO)의 말을 통해 사무실로 모여야만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함께 시간을 보내며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생각해 보는 데는 마법 같은 요소가 있다. 그런 마법 같은 순간은 회사의 발전에, 개인적 발전에, 더 강력한 공동체를 만드는 데 무척이나 중요하다.” 나아가 통근이 결국에는 개인의 행복에도 기여한다고 강조한다. 집에 돌아오면 고된 노동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일과 관계없이 자신의 생활을 원하는 대로 개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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