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유적과 현대 도시의 공존, 중국 쑤저우에 답 있다
도시에선 많은 일이 일어난다. 사람들은 바쁘게 오가며 활발히 경제활동을 벌이고, 행정기구들이 모여 나라의 기틀을 잡는다. 도시계획과 주요 시설을 통해 한 나라의 정치와 산업, 금융, 문화적 특성을 엿볼 수 있는 이유다. 과거의 도시도 마찬가지다. 도시를 알면 그 시대 사람들 삶의 모습을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다.

중국 도시계획학회 상무이사를 지낸 둥젠훙은 《고대 도시로 떠나는 여행》에서 중국 고대 도시의 다채로운 면면을 소개한다. 고대 도시 이름에 얽힌 역사부터 도로 체계, 환경과 주변 경관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역사 자료와 함께 들려준다. 저자는 “고대 도시는 중국의 문화적 자원이자 자긍심의 원천”이라며 7개 고대 도시를 집중 조명한다. 오늘날 시안(西安)으로 불리는 창안(長安), 베이징(北京), 카이펑(開封), 취안저우(泉州), 쑤저우(蘇州), 핑야오(平遙), 리장(麗江) 등이다.

이 중 창안과 카이펑, 베이징은 왕도였다. 창안은 6세기 후반부터 8세기 중엽까지 수와 당의 수도였다. 두 나라는 각각 중앙집권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창안을 체계적인 계획도시로 조성했다. 동서와 남북 방향으로 아홉 갈래 대로를 내고, 이를 중심으로 방(坊) 100여개를 구획했다. 방마다 담장을 둘러 사람들의 이동을 통제한 폐쇄형 도시였다.

960년 건국된 송나라는 다른 방향을 택했다. 첫 도읍으로 카이펑을 택하고 도시 방벽을 없앴다. 덕분에 사람들의 교류가 활발히 늘었고, 이는 상업과 무역 발전으로 이어졌다. 야시장과 새벽시장도 새로 생겼다.

각 시기의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는 고성을 효과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는 “요즘 중국은 도시 현대화 과정에서 ‘건설로 인한 파괴’를 효과적으로 제어하지 못한다”며 “고성을 계획적으로 보호·관리할 방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현대 도시와 과거의 유적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까. 저자는 쑤저우를 성공 사례로 든다. 쑤저우는 2000여년 전 생긴 고성지구 보존을 위해 도시계획을 세웠다. 고성지구 안에선 건축 고도를 제한해 고층 빌딩이 들어서지 못하게 했다. 대신 근처에 신지구를 건설해 고성 안 인구를 밖으로 뺐다. 저자는 “고대 도시는 역사 문화를 담은 결정체”라며 “보호와 개발을 동시에 고려하는 총체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