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꽃'이라 불리는 항공사 승무원은 많은 여성들이 선망하는 직업이다. 높은 인기 탓에 승무원이 되는 것은 말 그대로 하늘의 별따기다. 채용 경쟁률은 100~200대 1을 넘나든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승무원 지망생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향하는 곳은 사설 학원이다. 그런데 사설 학원들이 지망생들의 불안감을 등에 업고 채용 시장을 교란하기 시작했다. 승무원 취업 시스템의 현주소와 문제점을 알아봤다. [편집자 주]
채용 경쟁률이 30~40대 1 수준으로 다소 낮은 외항사 승무원직에 지망생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채용 경쟁률이 30~40대 1 수준으로 다소 낮은 외항사 승무원직에 지망생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안혜원 기자 ] 중동계 항공사에서 승무원으로 일하는 A씨(31)는 많은 비용을 들여 승무원이 됐다. 학원비로만 약 600만원을 지불했다. 그는 승무원을 준비하던 지난 2년간 3곳의 승무원 학원에 다녔다.

교육 과정은 비슷했지만 여러 학원을 수강한 이유는 외국계 항공사에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외항사의 경우 채용을 학원에서 대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는 "각 학원마다 채용을 대행하는 항공사가 달라 지원을 많이하려면 여러군데서 수강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국내 항공사 승무원의 채용 경쟁률은 대형항공사 기준 약 100대 1, 저비용항공사(LCC) 기준 약 200대 1을 넘나든다. 높은 경쟁률 탓에 국내 항공사 대신 외국계 항공사로 눈을 돌리는 지원자들도 많다. 외항사 승무원직의 경우 30~40대 1의 다소 낮은 경쟁률을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항사들의 낮은 경쟁률이 불공정한 채용 과정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지사가 없는 외항사의 경우 대부분이 채용을 국내 승무원 학원에 위탁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채용 과정 일부를 학원 측에서 담당하는 경우다. 이 경우 값비싼 학원비를 지불하고 학원에 등록해야 지원 자격이 주어진다.

한 승무원 학원 관계자는 "외항사들이 채용을 위탁하는 방식은 두 가지"라며 "하나는 장소만 대여하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채용 일부를 위탁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채용 일부를 위탁할 경우 최종 면접을 제외한 서류 심사와 1차 면접은 학원생을 대상으로 학원 측에서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채용을 대행하는 외항사들이 많을수록 학원의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각 학원들의 수주 경쟁은 치열하다. 외항사 출신 승무원을 강사로 고용하는 이유도 채용 대행을 위해서다. 지난 2012년까지 학원 대행 채용을 진행한 외항사 관계자는 "외항사 출신 승무원 강사는 강의를 위한 목적보다는 해당 항공사의 채용 대행 계약을 진행하기 위해 고용되는 경우가 많다"며 "외항사 출신 승무원을 통해 외항사 인사팀과 접촉을 하고 계약을 따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3년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은 국내에서 승무원을 뽑기 위해 학원 대행 형태가 아닌 직접 채용을 실시했다. 당시 한국 지사는 본사 직원 체류비와 면접 장소 대관료로  약 175만원을 지출했다. 이를 보면 학원 측이 채용 대행을 진행하는 경우 지불하는 직접 비용을 일부 추정해볼 수 있다. / 사진=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 제공
지난 2013년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은 국내에서 승무원을 뽑기 위해 학원 대행 형태가 아닌 직접 채용을 실시했다. 당시 한국 지사는 본사 직원 체류비와 면접 장소 대관료로 약 175만원을 지출했다. 이를 보면 학원 측이 채용 대행을 진행하는 경우 지불하는 직접 비용을 일부 추정해볼 수 있다. / 사진=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 제공
채용 과정에서 비용은 대부분 학원 측이 부담하게 된다. 수주 경쟁이 치열한만큼 많은 비용이 든다. 장소 대여료나 외항사 직원들의 국내 체류비 등의 직접적인 비용 외에 외항사 출신 승무원 고용 비용, 광고비 등이 지출된다. 이 비용은 수백에서 수천만원대에 달한다.

이 외항사 관계자는 "한국 지사나 한국 노선이 없는 외항사들이 국내 채용을 하는 이유 중 하나는 광고를 위한 것"이라며 "외항사들의 한국인 채용 목적이 인력 충원에만 국한되지 않은 만큼 채용 과정 외의 비용도 많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비싼 학원비로 이어져 결국 학원생들의 부담이 커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비전문적인 학원 측이 채용 대행을 허술하게 진행하면서 채용이 중간에 무산되거나 연기되는 문제도 속출하고 있다. 학원생을 모집하기 위해 채용 대행을 과장 또는 허위로 홍보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외항사 승무원 지망생인 김미나씨(가명)는 "지난해 한 학원에서 동남아시아 계열의 항공사 채용을 진행한다는 소식에 학원에 등록했다"면서 "하지만 채용이 진행되던 중간에 취소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채용 취소 소식에 학원비 환불을 요구했지만 일부만 돌려받았다"고 호소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