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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과학상 22명 내고도 '과학위기' 외치는 일본

입력 2016-10-19 18:17:27 | 수정 2016-10-20 02:30:29 | 지면정보 2016-10-20 A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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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길 먼 한국은 사흘이 멀다 하고 과기 기관장 교체

물리학상 받은 가지타 교수 "상위 1% 논문수 감소
일본 기초과학 경쟁력 약화…20년 뒤 노벨상 장담 못해"

한국선 과학인사 난맥상
미래부 과기전략본부장 이어 지식재산위원회 정책관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도 불과 4개월도 안돼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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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과학은 지금 움츠러들고 있다.” 유령입자인 중성미자를 검출한 공로로 지난해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가지타 다카아키 도쿄대 교수(57)는 지난 18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 고등과학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20년 뒤 일본에서 노벨상이 나오긴 어렵다”며 일본 과학계가 느끼는 위기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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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를 배출하며 3년 연속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냈다. 지금까지 22명의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했고, 2000년 이후 노벨 과학상 수상자 국적을 비교하면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이처럼 노벨 과학상을 많이 배출했음에도 일본 과학자들이 위기를 느끼는 이유를 물었다. 가지타 교수는 과학자의 영향력을 가늠하는 기준인 논문 인용도 상위 1%에 해당하는 논문 수가 서서히 줄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미래 일본의 과학을 이끌 대학원 박사 과정에 진학하는 학생 수가 점점 감소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이공계 석사 학위를 받은 학생들이 박사 과정에 진학하지 않고 대기업에 취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가지타 교수는 이런 위기감의 배경에 일본 내 연구 환경의 변화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 정부가 도쿄대 등 국립대 법인화를 추진하면서 점수로 대학 순위를 매기고 장기 연구보다는 단기 성과를 추구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며 “과학자들의 자유롭고 장기적인 연구가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원생에 대한 장학금 지원제도가 들쭉날쭉 바뀌고 나중에 이자까지 갚아야 하는 대출제도가 확산되면서 미래를 짊어질 젊은 과학도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가지타 교수는 불안정한 연구환경에서 과학은 발전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2000년대 들어 일본 노벨상 수상자가 늘었는데 대부분 1980~1990년대 이뤄진 연구들”이라며 “일본 경제가 풍요로웠던 점 외에도 당시 대학교수들이 여유로운 분위기에서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가졌던 결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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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과학계가 노벨 과학상을 22명이나 낸 데 만족하지 않고 여전히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에 반해 노벨 과학상을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한국에서는 과학기술정책을 주도할 핵심 관계자들의 잦은 인사와 조기 퇴임으로 뒤숭숭한 분위기다. 정부 연구개발(R&D) 사업을 총괄 조정하는 미래창조과학부의 과학기술전략본부장이 올 들어 4개월 만에 두 차례 교체된 데 이어 지식재산 전략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국가지식재산위원회의 지식재산정책관(국장급)은 1년 새 네 번이나 바뀌었다. 19일에는 권동일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원장이 취임한 지 4개월 만에 물러났다. 서울대 교수 시절 설립한 벤처기업의 보유 지분이 문제가 된 것으로, 부실한 인사 검증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정부의 과학 문화 사업을 주관하는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 역시 임기를 1년여나 남기고 물러났다.

일본 기초과학의 산실인 이화학연구소장은 최소 5년 임기를 보장받고 있다. 일본 과학문화 확산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는 일본과학미래관장 역시 일본 최초 우주비행사인 모리 마모루 관장이 16년째 맡고 있다. 한국의 국립중앙과학관장이 평균 1년 주기로 바뀌고 있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과학계에서는 정부 핵심 관료나 연구기관장들이 업무 파악을 할 새도 없이 바뀌는 상황에서 중장기적이고 일관성 있는 과학정책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사립대 교수는 “연구기관 수장의 잦은 교체는 현장 연구자들에게 불안감을 심어줄 수 있다”며 “거시적인 안목에서 정부 인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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