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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 칼럼] 양심적 병역 거부

입력 2016-10-19 17:34:34 | 수정 2016-10-19 23:51:40 | 지면정보 2016-10-20 A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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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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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한 항소심 첫 무죄 판결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양심적 병역 거부란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의 생명을 빼앗는 것은 악이라는 종교적 신념과 평화주의, 헌법이 보장한 양심의 자유 등에 따라 병역이나 집총을 거부하는 것이다.

로마시대부터 기독교인과 유대인의 거부 운동이 있었으니 역사는 꽤 길다. 중세 땐 폭력에는 반대하지만 다른 형태의 의무는 이행하는 보완책이 등장했다. 17세기 네덜란드는 세금으로 병역을 대신했고, 19세기 제정러시아는 산림작업으로 의무를 대체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제강점기인 1939년 첫 처벌이 있었다. 당시 조선인에게는 병역의무가 없었으나 여호와의 증인들이 신사참배를 거부하고 반전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1945년까지 투옥됐다. 1950년대 이후 개신교의 안식교 일부 신자들도 병역을 거부했다. 징집 자체를 거부하는 여호와의 증인들이 민간법정에서 병역기피로 처벌받은 것과 달리 안식교인들은 입대한 뒤 집총을 거부해 군법상 항명죄로 처벌받았다. 물론 군은 이들을 위생병 등 비전투병과로 배치하기도 했다.

그러다 2004년 이 문제가 본격적인 이슈로 떠올랐다. 평화주의자이자 불교신자인 오태양의 공개적 병역 거부 사건에 대해 1심 법원이 처음으로 무죄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과 헌재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 뒤로도 위헌심판 제청과 1심 법원의 무죄 판결이 이어지면서 법조계의 난제가 됐다.

국제적으로는 대부분의 국가가 신념과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을 인정하고 있다. 이를 처벌하는 나라는 한국, 북한, 아르메니아 등 일부 국가에 불과하다. 유엔인권위원회는 ‘양심과 사상,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대체복무입법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휴전 중이라는 특수상황과 일부 종교에 대한 특혜라는 인식 등이 겹쳐 논란이 계속돼왔다. 헌법재판소도 지난해 공개변론 이후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들을 사회복무제로 포용하는 것은 국방력을 약화시키는 게 아니라 군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일’이라고 보기도 한다. 이번 항소심 재판부도 “매년 생계곤란자 1100여명의 복무기간을 줄여주고 500명 이상을 제2국민역에 편입시키는 상황에서 600여명을 대체복무시키는 건 병력 손실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문제가 간단하진 않다. 안보적 특수성뿐만 아니라 좌우 이념갈등까지 얽힌 복합과제다. 정치적 대립도 깊다. 결국 이런 걸 모두 아우르며 풀어야 한다. 어디 속 시원한 솔로몬의 지혜는 없을까.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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