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6은 혁명입니까. 쿠데타입니까?”(배재정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의원)

“각자 국민이 판단할 겁니다. 공개적으로 답변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박승춘 국가보훈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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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 소위'가 주무르는 400조 예산 40일 전쟁] 예결위 50명 중 비례대표 한 명뿐…전문성 없이 '지역별 나눠먹기'
지난해 11월9일 열린 12차 국회 예결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5·16’을 둘러싼 질의응답이 20분 넘게 반복됐다. 예산안 심의는 공전됐다. 당시 속기록엔 “516 예산이 있나, 여기 지금”이란 고성이 나왔다고 적혀 있다. 헌법이 정한 예산안 처리 시한(12월2일)이 불과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국회가 국가 예산을 매년 한 달 남짓 심의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더 짧다. 정치권은 국가 예산안 심의 과정에 정치를 보태 부딪혀 회의가 열리지 않는 게 다반사다. 실제로 예산을 주무르는 곳은 예결위 안의 소위원회지만 여야 지도부 간 만남에서 이뤄지는 경우도 많다. 예결위에서 전문성 대신 정치력이 더 중요한 이유다.
['밀실 소위'가 주무르는 400조 예산 40일 전쟁] 예결위 50명 중 비례대표 한 명뿐…전문성 없이 '지역별 나눠먹기'
◆위원 50명 중 비례대표는 딱 1명

현재 국회 예결위원 50명 가운데 비례대표는 정의당 소속의 추혜선 의원, 한 명이다. 전문성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도입한 20대 국회에서 비례대표 의원은 47명으로 전체 의원 가운데 15.7%를 차지하지만, 예결특위만큼은 이 비율이 2%로 뚝 떨어진다.

예결위원은 전국 의석수 비율과 흡사하게 배분된다. 다른 위원회에선 볼 수 없다. 국회가 국가 예산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현상이라고 정부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정치권 관계자도 “예결위는 자신의 지역구 예산을 챙겨 재선하기 위한 자리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다른 상임위와 달리 매년 돌아가면서 1년씩 예결위원을 겸직하는 것도 지역구 의원을 배려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감액 심의뿐 증액은 ‘마음대로’

예결위원들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정치권도 인정한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12일 “예산서를 읽을 줄 아는 의원은 세 명도 안 된다. 예산의 엉성한 국회 심의와 결산 과정을 국민이 다 알면 기절초풍할 것”이라고 한 게 괜한 말이 아니다.

전문성 부족을 ‘포퓰리즘’으로 대체하다 보니 예산이 남는 경우도 생긴다. 지난해 복지 확대 요구가 많아지자 정부는 영유아 기저귀 보급 예산으로 100억원을 신규 책정해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은 이를 200억원으로 증액했다.

국회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국회는 정부 예산안을 어떻게 하면 많이 깎아서 정치인들의 지역 예산을 더 늘릴지에 몰두한다”며 “그러다 보니 예결위에서는 감액 심의에만 주력하고 증액은 주먹구구 나눠먹기식으로 진행하는 게 관행”이라고 말했다.

◆밀실 ‘小小委’가 주고받기 주범

예결위원들이 장관을 불러 전체회의에서 질의하고 10여명의 위원이 추려져 예산 감액과 증액을 순서대로 진행하는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조정소위원회(소위 계수조정소위)’는 회의록이라도 남는다.

하지만 소위 안의 소위로 ‘소소위(小小委)’로 불리는 위원장과 여야 간사 등이 참석하는 회의는 기록을 남기지 않는다. 예전처럼 여야 지도부와 예결위원장, 여야 간사들이 호텔에서 방을 잡고 비공식적으로 예산을 확정하는 ‘호텔 예산’은 사라졌지만 ‘3+3 회동’이나 ‘4+4 협의체’ 등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호텔방에서만 탈출한 셈이다.

한 19대 국회의원은 “사실상 권력 실세나 여야 지도부가 챙기는 예산은 소소위에서 주고받으며 다 결정된다”며 “회동에서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면 그 다음부터는 ‘작은 숫자’들만 맞춰나가면 되는 프로세스”라고 전했다.

■ 400.7조원

내년 정부 예산 규모. 올해보다 14조3000억원(3.7%) 늘었다. 씀씀이가 커지면서 내년도 국가채무는 올해보다 37조8000억원 늘어난 682조7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0.4%로 처음으로 40%대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