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리스크가 한국 기업을 짓누르고 있다. 중국 의존도가 큰 한국 기업을 위협하는 요인은 중국 경기 침체뿐만 아니다. 철강 석유화학 등 기초산업에서 막대한 투자를 통해 자급자족을 이룬 중국은 이제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전기자동차 등 첨단산업에서도 자급률을 높여가고 있다.

이 같은 ‘중국제조 2025’ 계획이 달성되면 몇 년 안에 전자 자동차 정보기술(IT) 등 주력 산업에서 중국에 대한 수출 감소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놓고 중국 기업과 사투를 벌여야 할 판이다.
중국 첨단산업도 '홀로서기'…대륙의 반격에 코너 몰린 한국기업
◆대(對)중국 수출 급감

한국의 수출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기준 26%였다. 우회수출지인 홍콩(3위)을 포함하면 31.8%(1675억달러)에 달한다. 10대 수출국 중 2위(미국), 4위(베트남), 5위(일본)를 합한 것보다 150억달러가 많다.

문제는 이런 대중국 수출이 끊임없이 줄어든다는 데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대중국 수출은 지난 9월까지 15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금융위기 당시 11개월(2008년 10월~2009년 8월) 연속 감소한 기록을 훌쩍 넘어섰다. 일본·독일 기업과의 경쟁 심화 등도 원인이지만, 중국의 자급화로 인한 수입대체가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게 전문가의 평가다.

대표적인 게 화학제품인 테레프탈산(TPA)이다. 폴리에스테르섬유, 페트병 등의 원료로 쓰이는 TPA는 2010년 대중국 수출량이 309만t이었다. 하지만 작년엔 32만t에 그쳤다. 중국 내 TPA 생산이 늘자 수출량이 5년 사이 10분의 1토막 난 것이다. 이 때문에 한화종합화학 삼남석유화학 태광산업 롯데케미칼 SK석유화학 효성 등 TPA업계는 구조조정을 해야 할 처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업체들이 부품·원재료를 자국 내 조달로 바꾸면서 세계 무역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국 기업뿐 아니라 세계 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는 얘기다. 세계 각국의 대중 수출은 1990년 이후 매년 늘었으나 작년 14% 감소했다. 올 들어 9월까지 대중 수출도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8.2% 줄었다.

◆중국제조 2025 “첨단산업 자급”

최근의 대중 수출 감소는 정보통신기술(ICT) 등 첨단산업에서 더 두드러진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한국에서 주로 수입하던 부품을 자체 생산하는 방향으로 바꾸고 있어서다. 디스플레이 수출은 올 들어 내내 마이너스다. 2010년 이후 액정표시장치(LCD) 투자를 크게 늘려온 중국은 이제 자급을 넘어 수출에 나서고 있다.

이런 추세는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작년 3월 중국 정부가 발표한 중국제조 2025 전략은 한국 기업엔 위협 그 자체다. 제조업에 ICT를 접목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기차 로봇 해양플랜트 바이오 항공우주장비 등 첨단산업에서 중국 기업이 세계적 수준에 올라갈 때까지 지원하겠다는 계획이어서다.

반도체산업에선 중국 정부가 공기업, 지방정부 등을 동원해 2020년까지 560억달러 규모의 반도체펀드를 조성해 민간 기업이 반도체에 투자할 때 최대 80%까지 지원하고 있다. 반도체와 기초소재를 2020년까지 40%, 2025년까지 70% 자급하겠다는 게 목표다. 디스플레이에선 최근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투자가 시작됐다.

배터리에선 올초 LG화학 삼성SDI 등 한국 업체가 주력으로 생산하는 삼원계(NCM) 배터리를 전기버스 보조금 대상에서 뺀 데 이어 전기차 배터리 모범규준 인증을 도입해 54개 업체에 인증을 주면서도 LG 삼성은 제외했다. 중국 업계가 기술 격차를 극복할 시간을 벌어주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WSJ는 “해외 기업들은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늘려 난국을 타개할 생각이지만 중국 정부가 고부가가치 제품도 자국 내에서 생산할 계획이어서 세계 기업들의 어려움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현석/임근호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