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철 3M 수석부회장 "반바지 근무 허용한다고 혁신 되는 것 아니다"
“반바지를 입는다고 혁신이 되는 게 아니다.”

미국의 대표적 혁신기업인 3M의 해외사업을 총괄하는 신학철 수석부회장(사진)이 “100년을 넘어 지속가능한 기업이 되려면 체질과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형식에만 매달리는 한국 기업들의 ‘혁신 조급증’을 꼬집은 것이다.

신 부회장은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코참(KOCHAM·미 한국상공회의소)이 개최한 연례포럼에서 ‘3M의 혁신’을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1984년 한국3M에 입사한 뒤 2011년 미국 본사 수석부회장 자리까지 올라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린다.

신 부회장은 “한국은 수십년간 추진한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빠른 추격자)’ 전략 덕분에 빠르게 성장했고, 이 과정에서 강력한 리더십이 도움이 됐지만 지금은 이런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반바지를 입고 근무하는 것을 허용한다고 해서 혁신이 되는 것은 아니다”며 “체질 개선은 10년, 20년의 오랜 시간이 걸리고 인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부회장은 “혁신은 리더십에서 나온다”며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을 강조했다. “혁신 문화를 키우고 유지하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라며 “경영자가 ‘현상 유지’ 성향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기업은 망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또 자신을 예로 들며 “경영진은 시간의 50%를 고객과 보내야 한다”며 “CEO가 현장을 파악하지 않는 기업은 위험하다”고 단언했다.

한국 기업에 대해서는 기술 개발에 강점이 있지만 상용화 능력과 마케팅이 뒤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3M의 대표 히트작인 접착식 메모장 ‘포스트잇’을 꼽으며 “기술이 탁월했다기보다는 마케팅으로 성공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많은 한국 기업이 생산성 향상에 주력하지만 이것만으로는 5년을 버티기가 어렵다”며 “성장하려면 기술 개발의 핵심을 상용화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 부회장은 다음달 1~3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파르나스호텔에서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 개최하는 ‘글로벌 인재포럼 2016’에 참석해 ‘혁신적 사고를 위한 기업 HR’을 주제로 강연한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