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상장사의 1~9월 자사주 매입액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세계 경기 둔화로 투자가 부진한 가운데 자본을 줄여 경영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1~9월 일본 상장사 자사주 매입액은 4조3500억엔(약 47조원)으로 작년 같은기간보다 40%가량 증가했다. NTT도코모, 신일철주금 등은 각각 1000억엔 이상의 자사주를 사들였다. 연간으로도 종전 최대인 2015년 4조8000억엔을 웃돌 가능성이 크다. 반면 신주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은 7200억엔으로 4년 만에 최저 수준에 머물렀다.

상장사들이 대규모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는 것은 자본 감소로 수익성 지표인 자기자본비율(ROE)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라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외국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기관투자자들이 잉여 자금을 줄이고 수익성을 높이라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일본 상장사 ROE는 지난해 7.8%로 2년 연속 감소했다. 10% 이상 ROE를 기록 중인 미국 기업에 크게 못 미친다. 일본 기업들 내부에 자금은 풍부하지만 이를 활용해 제대로 수익을 못 내고 있다는 의미다.

일본 상장사들은 사상 최대인 100조엔 이상의 현금과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가 불확실한 데다 일본 경제도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않으면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기도 힘든 실정이다. 설령 설비 투자를 위해 자금이 필요하다 해도 초저금리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회사채를 통해 자금을 쉽게 조달할 수 있다. 1~9월 일본 회사채 발행액은 8조5000억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 급증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