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혁신기업 3M의 신학철 부회장은 오래가는 기업이 되려면 기업의 체질을 혁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 부회장은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코참(KOCHAM·미 한국상공회의소)이 개최한 연례포럼에 강사로 나와 외형상의 변화가 아니라 근본적인 체질을 바꿔야만 진정한 혁신이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32년째 마케팅을 하고 있는 신 부회장은 "반바지만 입는다고 기업이 혁신되는 게 아니다. 10년 또는 20년의 장기계획을 세우고 기업의 근본을 바꿔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한국 기업에서 혁신이 잘 이뤄지지 않는 이유를 "수십 년 동안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였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세계적인 기술과 선두 기업을 따라가는 데 급급해 기업 문화를 혁신할 시간을 갖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 한국 경제 성장의 90%는 패스트 팔로어에서 나왔다. 이제는 패스트 팔로어에서 기업을 혁신하는 문화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기업에는 마케팅 능력 향상이 절실하다는 조언도 했다.

"한국 기업의 기술력은 대단하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마케팅하는 능력은 엄청나게 떨어진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이어 기술과 상용화가 맞아떨어져 대박을 터트린 포스트잇(Post-it)을 거론한 뒤 "상용화 없는 기술은 쓸모없는 것"이라면서 상품화에도 집중하라고 충고했다.

3M은 설립 114년을 맞은 장수 기업이다.

그는 100년 이상 가는 기업이 되려면 단기적인 성과를 내는 것뿐 아니라 장기적인 전략까지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기업이 분기 실적을 좋게 하려고 단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할 뿐 장기적인 비전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또 원가절감 등을 통해 생산성을 높일 수는 있지만, 장기성장을 위한 전략이 없는 상황에서의 생산성 향상은 5년을 넘기기 힘들다고도 했다.

그는 기업 성과의 책임은 대부분 경영자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경영자의 기본적인 경향을 '현상유지'로 규정한 뒤 경영자가 여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기업이 망할 수밖에 없다며 현장에서 해답을 찾으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리더십이 변화를 만든다"면서 중간 관리자의 중요성을 강조한 뒤 관리자를 평가할 때 5년간 꾸준히 성과와 리더십을 같이 평가하는 3M의 사례를 소개했다.

기업의 좋은 이미지는 사회적 책임을 다할 때 만들어지는 것이며, 자동차 배출 가스를 속인 폴크스바겐의 사례를 들면서 기업이 실적을 위해 조급증을 부려서는 부실화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혁신은 기술에만 있는 게 아니라 브랜드, 마케팅, 인적관리 등에서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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