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리포트] "태블릿 맞춤형 전자책, 영국 옥스퍼드대도 반했죠"
“한국의 영어교육은 매우 비효율적이에요. 주입식 암기만 반복하죠. 세계 각국 아이들과 소통하고 공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영어교육에 새 바람을 일으키겠습니다.”

영어교육용 전자책 플랫폼 ‘스핀들북스’를 개발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아이포트폴리오의 김성윤 대표(사진)는 18일 서울 다동 문화창조벤처단지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2012년 선보인 스핀들북스는 태블릿PC에 최적화한 여러 기능이 적용돼 학습 효율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듬해 세계 최대 영어교육 출판사인 옥스퍼드대 대학출판부의 공식 디지털 교과서 플랫폼으로 채택돼 미국 중동 유럽 등에 차례로 진출하고 있다. 현재 세계 10만명 이상의 학생이 이용 중이다.

지난 7월 EBS미디어와 협력해 내놓은 영어 전자책 서비스 ‘EBS리딩클럽’도 학부모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출시 2개월 만에 약 3000명이 가입했다. 부모가 원격으로 학습 진도를 관리할 수 있고 같은 책을 다섯 가지 방법으로 반복 학습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중국 수출도 준비하고 있다.

김 대표가 한국 영어교육 시스템에 문제의식을 느낀 것은 중학교 때다. 미국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귀국한 그는 “단순 암기 위주의 국내 영어교육 시스템에 충격을 받았다”며 “그때부터 영어교육을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대 천문학과를 졸업하고 어바이어 등 정보기술(IT)업계에서 20년 가까이 일하면서도 이 생각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가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2010년 애플 태블릿PC ‘아이패드’의 등장이었다. 김 대표는 “태블릿PC를 잘 활용하면 효율적인 영어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IT업계에서 일하던 대학 후배인 이종환 공동대표와 손잡고 2011년 아이포트폴리오를 창업했다.

같은 해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시회에 참가했다. 당시 디지털 교과서 사업을 추진하던 옥스퍼드대 대학출판부와 만나 개발 중인 스핀들북스 샘플을 제출했는데 7개월 뒤 협력사로 채택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미국 내 10개 학교에서 반응을 시험했고 그중 9개 학교로부터 “아이포트폴리오 앱(응용프로그램)이 제일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과 영국의 4개 교육 콘텐츠 업체를 제치고 거둔 성과였다.

작은 스타트업이 쟁쟁한 해외 경쟁업체들을 이긴 비결은 무엇일까. 김 대표는 “PC용 교육 앱을 단순히 모바일로 변환한 경쟁업체와 달리 우리는 태블릿에 최적화된 앱을 빠른 속도로 만들었다”며 “몸집이 작은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더욱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스핀들북스는 지난 2분기 기준 해외 매출 비중이 77%에 달한다. 태블릿 PC 보급이 확대되고 있는 중동, 동유럽, 남미 등이 주요 수요처다.

김 대표의 목표는 스핀들북스를 통해 세계 각국의 아이들이 서로 소통하며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는 “앱에 소셜 기능을 넣어 아이들이 공부 과정이나 같은 단어를 어떻게 발음하는지 비교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해외로 나가지 않아도 다른 나라의 영어 환경을 경험할 수 있는 학습 네트워크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에듀테크(교육+정보기술)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부족하다며 아쉬워했다. 김 대표는 “세계 에듀테크 스타트업 투자의 40%가 중국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유창한 영어를 바탕으로 세계에서 활약하는 인재를 기르려면 한국도 에듀테크에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하늘 기자 sk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