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구상에 따라 ‘타이탄’이란 이름으로 2년간 추진해온 자율주행차 개발 프로젝트를 접기로 했다. 대신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디트로이트’와 하드웨어 경쟁 포기

애플 콘셉트카
애플 콘셉트카
블룸버그통신은 17일(현지시간) 애플이 자율주행 완성차 개발이라는 당초 목표를 포기하고 관련 인력 수백명을 감축하는 등 자동차사업 방향을 대폭 수정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더 이상 애플이라는 이름을 건 차량 개발에 매달리지 않고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에 주력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개편하기로 했다고 이 통신은 덧붙였다.

이로써 애플이 2014년 시작한 타이탄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 자동차산업 메카인 ‘디트로이트’와 경쟁하겠다는 계획은 무산됐다. 당시 애플은 2020년까지 직접 디자인한 자율주행차로 완성차시장에 진출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제시했다. 아이폰이 2007년 모바일산업을 바꿔놨듯이 자동차를 ‘혁명적으로’ 바꾸겠다는 비전을 내세웠다.

이런 목표는 지난해부터 내부 갈등이 표출되면서 흔들렸다. 블룸버그는 ‘리더십의 실패’를 꼽았다. 올해 초 자동차사업을 총괄하던 포드자동차 출신인 스티브 자데스키가 팀을 옮겼고, 엔지니어들도 애플의 자동차사업에 회의감을 내비치며 회사를 떠났다.

지난달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애플이 영국 스포츠카 브랜드 맥라렌을 인수하기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지만 이 역시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FT는 애플이 완성차 제조기술과 지식재산권 확보에 관심이 있다고 보도했으나 맥라렌은 애플과의 협상을 부인했다.

전문가들은 애플이 자동차 공급망을 뚫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도 완성차 제작을 포기한 이유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초기 발주 물량이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는 애플 제품을 생산하는 데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소극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에 집중

블룸버그는 지난 4월 자동차사업을 맡은 베테랑 엔지니어 밥 맨스필드가 취임 한 달 뒤 직원을 모아놓고 전략 변경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그는 프로젝트 점검 결과에 따라 사업 목표를 전기자동차 제조업체 테슬라와 같은 완성차 제작이 아니라 자율주행 플랫폼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자동차 개발을 담당하던 팀의 1000명 중 하드웨어 엔지니어 수백명이 회사를 떠났고, 8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일부 직원도 해고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애플이 자율주행차 계획을 재검토하기로 했으며 관련 직원 수십 명을 해고했다고 보도했다. 회사에 남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은 자율주행 프로그램, 시각센서와 실제 환경에서 플랫폼을 테스트하는 시뮬레이터 등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애플이 계획한 사업과는 크게 다르다. 애플은 지문으로 운전자를 인식하고 버튼만 누르면 스스로 주행하는 전기차를 꿈꿨다. 처음에는 운전대와 페달이 있는 부분 자율주행차를 추구했다가 이후 완전한 자율주행차로 계획을 변경하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애플 경영진이 자동차팀에 내년 말까지 자율주행 시스템사업 가능성을 입증하라고 요구했으며, 이후 사업 추진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