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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업대출 확대만으로는 투자은행 육성 못해

입력 2016-10-18 17:16:00 | 수정 2016-10-19 02:48:02 | 지면정보 2016-10-19 A3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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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대출에 치중한 IB 육성책
좀비기업 퇴출, 유망기업 발굴 등
IB 본연의 기능에 초점 맞춰야

윤석헌 < 서울대 객원 교수·경영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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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포럼(WEF)은 2016년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세계 26위, 금융시장 성숙도를 80위라고 발표했다. 금융시장 성숙도는 지난해보다 7위 올랐지만 여전히 하위권이다. 낮은 금융시장 성숙도는 국가경쟁력 향상에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을 위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 개선 방안을 지난 8월 내놨다. 투자은행 대형화로 혁신기업에 모험자본을 공급하고 신(新)성장동력 산업을 육성하자는 취지다. 대형·초대형 투자은행에 발행어음 및 종합투자계좌(IMA) 등 새로운 조달수단을 허용하고 기업신용공여 한도를 확대하는 게 골자다. 자기자본규제 완화, 외국환 업무 확대, 부동산 신탁업 허용 등도 담겨 있다. 하지만 이런 방안이 투자은행 기능 활성화와 자본시장 발전에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의문이다.

현시점에서 투자은행 육성은 전환기 한국 경제가 필요로 하는 투자은행 기능 확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한국 경제가 성장 궤도에 재진입할 수 있도록 ‘좀비 기업’을 구조조정하고 차세대 기업을 발굴하는 역할로 요약할 수 있다. 다만 기업 구조조정은 대부분 기업의 주채권은행을 국책은행이 떠맡고 있어 민간 투자은행의 역할이 제한적이며, 그래서 벤처·창업기업 지원이 중요할 수 있다. 지원 실효성을 높이려면 대출보다는 초기에 일부 자금을 투입하는 시딩(seeding) 투자, 주식·채권 인수, 기업공개(IPO) 주선, 인수합병(M&A) 중개 등 간접금융 방식이 절실하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이번 방안은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투자은행 육성 방안인지, 그림자금융 활성화 방안인지 불분명하다. 겉으론 대형 투자은행 육성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기업대출 확대에 치중하고 있어서다. 순자본비율체계를 새 건전성 관리 장치로 대체하고 투자은행의 기업 신용공여를 별도의 자기자본 100%로 확대 허용하는 등 건전성 감독 완화도 예고하고 있다. 규제 완화를 토대로 중개 역량을 확대하겠다는 것인데 대출 부실화가 우려된다.

둘째, 대형 투자은행의 필요성에 대한 설득력이 떨어진다. 덩치가 커진다고 갑자기 역량이 강화되는 것은 아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시장에서 대마불사 피해를 우려해 국제기구인 금융안정위원회(FSB)와 국제결제은행(BIS) 주도로 ‘글로벌 시스템적 주요 은행(G-SIB)’ 규제가 도입됐다. 한국도 지난해 말 국내 시스템적 주요 은행(D-SIB)을 지정했다. 물론 국내 증권회사의 규모가 지나치게 작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투자은행 역량 강화를 통해 대형화를 이룰 순 있지만 그 역이 항상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

셋째, 투자은행의 대출업무 겸영이 이해상충 문제를 수반하고 있다. 예컨대 투자은행이 대출을 이유로 고객에게 자신이 인수한 유가증권 매입을 강요할 수 있다. 부실해진 대출 기업의 유가증권 발행을 유도해 그 자금으로 대출을 상환하게 해 투자자에게 손실을 전가할 수도 있다.

초대형 투자은행 육성을 위한 신의 한 수를 찾기는 어렵다. 초대형 투자은행이 생겼을 때 금융경쟁력이 강화된다는 보장도 없다. 오히려 정보 공시 및 공유체제 구축, 금융소비자 보호를 포함한 금융감독체계 정비, 정책금융기관 역할 정립 등으로 소비자 신뢰부터 구축하고 역량을 갖추는 게 시급한 시점이다.

윤석헌 < 서울대 객원 교수·경영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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