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경기부양을 위해 시중 유통 채권을 싹쓸이 하듯 매입하면서 자금조달 시장의 가장 기초에 해당하는 단기자금시장 위축이 심해지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지난달 말 독일에서 거래된 만기 하루짜리 환매조건부채권(RP) 수익률이 역대 최저인 마이너스 0.95%를 기록했다. ECB가 양적완화(QE)로 불리는 대규모 채권 매입프로그램을 시행하면서 독일 국채 등 RP 담보로 쓸 수 있는 우량 채권이 부족해진 탓이다.

앤드류 보솜워스 핌코 독일사무소 이사는 “QE가 의도치 않은 결과 중 하나”라며 “장기금리를 낮추려 QE를 시행했지만 단기 자금조달 시장의 기능을 손상시키는 부작용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자본시장협회(ICMA)에 따르면 올해 유럽 RP 시장 규모는 5조4000억유로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증가율이 1.6%에 불과했다. 한 시장 참가자는 “단기자금시장 왜곡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단기자금시장은 시중 은행들이 남거나 부족한 지급준비금을 서로 빌려주고 빌리는 시장이다. 만기 하루짜리 RP가 대표적이다. RP시장의 거래량이 줄고 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지면 RP 수익률이 요동치기 쉽고, 그만큼 금융기관들의 안정적인 자금조달도 어려워진다. 단기자금시장의 충격은 중장기 자금조달 시장으로 전해져 금융시장 불안정을 키울 수 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