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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설계] 노후준비 천천히? 미루다 때 놓쳐…재테크도 결국 '실천'이다

입력 2016-10-18 16:45:22 | 수정 2016-10-18 16:47:34 | 지면정보 2016-10-19 B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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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영의 재무설계 가이드 <19> 미루기와 자기 절제

숙제 마감일 정해진 학생들이 기한 없는 그룹보다 성적 좋아
미루기 극복할 '절제 도구' 필요…월급여 적금·펀드로 자동이체
수익률 정기 점검하는 날 정해라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longr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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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학기엔 각자 제출하는 세 편의 보고서를 평가해 성적을 매깁니다. 각자 세 편의 보고서를 언제까지 제출할지 날짜를 정하세요. 일찍 제출한다고 더 많은 점수를 주지는 않습니다. 단 자신이 정한 기한을 어기면 하루 늦을 때마다 1점씩 점수를 깎겠습니다.”

어느 대학 강의의 첫 수업에서 교수가 학생들에게 설명한 내용이다. 보고서 제출 일정은 강의실마다 제각각이었다. 두 번째 강의실에선 학기 마지막 날까지만 보고서 세 편을 제출하면 되고, 일찍 내더라도 추가 점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 번째 강의실 학생들에겐 4주차, 8주차, 12주차에 보고서 한 편씩을 제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요약하면 첫 번째 강의실 학생들은 스스로 제출기한을 정할 수 있지만 그 기한을 어기면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고, 두 번째 강의실 학생들은 스스로를 구속하는 제출기한을 생각할 필요 없이 마지막 날까지만 세 편을 내면 된다. 이에 비해 세 번째 강의실 학생들은 선택의 자유가 전혀 없이 정해진 날에 맞춰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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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자율과 책임 정도가 다른 학생들의 성적은 어떤 차이를 보였을까. 행동경제학자 댄 애리얼리의 실험 결과, 각 보고서의 마감일이 정해진 세 번째 강의실 학생들이 가장 좋은 학점을 받았다. 학기 마지막 날까지 아무 때나 자유롭게 제출할 수 있었던 두 번째 학생들이 가장 나쁜 점수를 받았고, 스스로 제출기한을 정한 첫 번째 학생들이 중간 성적을 거뒀다.

충분한 자율성이 좋은 성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게 이 실험의 결론이다. 학기 마지막 날까지만 보고서 세 편을 제출하면 된다는 생각에 충실한 보고서를 미리 준비하는 노력이 부족했을 테고,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가 임박해서 공부하면 되겠지라고 여긴 탓에 평소 학습량이 부족했을 것으로 생각하면 쉽게 고개가 끄덕여진다.

학생들뿐이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미룰 수 있는 일은 최대한 천천히 하려는 경향이 있다. 건강에 대해서도 그렇다. 술, 담배를 비롯해 건강에 나쁜 음식을 자제하고 운동을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런 저런 핑계로 실천을 미룬다. 금융 소비자의 미루기 성향을 감안, 금융회사들은 고객과 자사의 이익을 위한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한다. AIA생명의 바이탈리티(vitality)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고객이 금연, 운동, 음식 조절 등을 통해 건강한 생활습관을 실천하면 포인트를 지급한다. 고객은 이 포인트로 보험료를 할인받거나 항공사, 극장, 호텔 등에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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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설계에서도 미루기는 중요한 이슈다. 많은 사람이 바쁜 일상을 핑계로 인생 100세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생애재무설계를 미룬다. 변액보험이나 DC(확정기여)형 퇴직연금 가입자가 본인이 낸 돈이 어떤 펀드에 투자되고 있는지, 그 펀드의 수익률이 어떤지를 확인조차 하지 않는 경우도 흔하다. 미루기에 귀찮음이 더해지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갉아먹고 있는 실정이다.

자신의 재무설계와 실천에서는 성적을 주는 교수(외부의 강제)나, 포인트를 지급하는 금융회사(외부의 권유)에 기댈 수 없다. 인지심리학의 연구 결과를 경제학적 의사결정의 설명에 활용하는 행동경제학은 ‘미루기(procrastination)’와 관련, 문제를 자각하고 인정하는 사람이 그것을 극복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자기절제의 도구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자기절제의 도구를 저축과 투자로 나눠 생각해보자. 먼저 저축은 월 소득에서 저축 금액이 자동으로 공제되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월 소득 300만원의 급여소득자라면 적금, 적립식 펀드, 개인연금 등에 자신이 목표로 하는 금액이 자동 입금되게 할 수 있다.

투자는 정기적으로 수익률을 점검하는 날을 정해 미루기를 경계할 수 있다. 펀드투자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펀드 가입 후 수익률을 확인하는 빈도가 ‘한 달에 한 번’인 사람이 32.5%로 가장 많았다. 이어 ‘6개월에 한 번’과 ‘1년에 한 번’이 각각 24.5%와 17.7%를 차지했다. 매년 특정한 날을 분기별로, 또는 반기에 한 번씩 잡아서 그 날은 자신이 투자한 금융상품의 수익률을 점검해보자.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펀드 가입 후 수익률 확인을 ‘전혀 하지 않은 사람’이 기대수익률이 연평균 49.8%로 가장 높고, ‘한 달에 한 번 하는 사람’이 25.2%로 가장 낮다는 점이다. 수익률을 전혀 확인하지 않은 사람일수록 투자에 대한 비현실적 기대를 갖고, 자주 확인하는 사람은 합리적인 수준으로 기대치를 낮추는 것으로 풀이된다.

자기절제의 도구를 갖추기 전에 할 일은 자신과 가족의 일생을 내다보고 합리적인 재무목표를 세워 그에 맞는 실행 방안을 마련하는 생애재무설계라는 것을 명심하자.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longr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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