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재무] 저성장 '덫'에 걸린 한국 제조업, '가치 융합'으로 새 수익 창출해야
올해 세계 경제는 2009년 이래 최저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세계시장에 의존하는 한국 제조 기업들도 당연히 이 같은 글로벌 저성장 추세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국내 제조업체들은 성장성과 수익성이 모두 악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면, 오늘날의 기술 발전은 20세기 말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에 맞물려 가속화되면서 이제는 선형적 변화로 설명할 수 없는 지수적 변화(exponential change)를 보이고 있다. 세계적인 종합컨설팅 기업인 KPMG 인터내셔널은 이런 기업 외부환경의 변화를 ‘파괴적 복잡성(disruptive complexity)’으로 명명하고 있다. 단순히 복잡한 환경을 넘어 기업을 파괴시킬 만한 힘을 가진 복잡함을 강조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제조업체들은 기존의 경영모델과 가치사슬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기업 경영전략의 최고 권위자인 마이클 포터 교수가 제시한 전통적인 이론에 의하면 기업은 입고-생산-출고-판매-서비스에 걸친 다섯 가지 일련의 가치활동을 효율적으로 수행함으로써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그러나 네트워크 모빌리티 인텔리전스가 결합된 스마트 시대가 도래하면서 각 기업의 활동은 분절되고 다른 기업의 가치사슬과 결합해 융합화가 이뤄지고 있다. 또 다른 가치창출 활동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서로 분절된 가치사슬들이 연결·통합하면서 전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도 한다. 가치사슬과 기술, 서로 다른 가치사슬 간의 융합으로 기존의 한 가지 가치사슬을 너머 하나의 가치구(value sphere)가 만들어진다. 산업과 기술, 가치사슬이 접목되는 영역에서 수많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창출되고 있다. 제조업은 전통적 가치사슬을 넘어 가치창출 활동이 융합되는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맞이하고 있다.

제조업의 글로벌 가치사슬이 융합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여러 가지 사례가 있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은 크라우드 소싱 기업 쿼키와의 협업을 통해 소비자의 아이디어를 신제품으로 내놓고 있다. 기존 자동차라는 플랫폼에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한 연결성이 강화되면서 자동차에서 다차원적인 정보 서비스와 엔터테인먼트 서비스가 제공되는 ‘커넥티드 카’가 등장했다. 로열 더치 셸, 쉐브론 등 해외 주요 에너지 기업들은 빅데이터를 석유탐사 사업에 접목하고 있다.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여왕 레드퀸은 “이곳에서는 제자리에 머물려면 최선을 다해 달려야 한다. 어디든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면 그보다 두 배는 빨리 뛰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제조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은 매우 복잡해지고 있고,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경기순환이 빨라지고 국가와 시장의 경계도 모호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제조기업들은 새로운 수익창출을 위해 기존의 가치활동을 융합하려는 절실한 노력이 필요하다.

조자영 < 삼정KPMG 감사부문 제조사업본부 부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