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역 백화점, 서점에 꽂히다
올 연말 신세계백화점 대구점 개점으로 지역 백화점업계 지각변동이 예고되는 가운데 대구지역 백화점업계가 대형서점 유치를 통한 상권 경쟁에 나서고 있다. 이는 서점이 단순히 책을 읽고 파는 공간이 아니라 차를 마시고 음악을 들으며 여유시간을 즐기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하면서 백화점 고객 유인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금까지 대구에는 영업면적 990㎡ 이상인 대형서점이 영풍문고와 교보문고 두 곳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 개점했거나 개점 예정인 백화점에 대형서점이 입점하면서 연말까지 대형서점은 모두 5개로 늘어나게 된다. 백화점에 입점하는 대형서점은 복합문화공간으로 바뀌고 있어 백화점들이 서점 유치 경쟁에 나서는 것이다.

백화점 내 서점으로 지난 10일 문을 연 대구백화점 영풍문고. 대구백화점 제공
백화점 내 서점으로 지난 10일 문을 연 대구백화점 영풍문고. 대구백화점 제공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 중인 대형서점을 가장 먼저 유치한 곳은 전국 유일의 대구지역 토종 백화점인 대구백화점이다. 대구백화점은 지난 10일 동성로 본점 지하 1층에 2380㎡ 규모의 영풍문고 대백점을 열었다. 영풍문고는 대구 덕산동 삼성금융프라자 지하 1층에 대구점을 운영하고 있지만 백화점 입점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풍문고 대백점은 서적 15만권을 갖춘 서점 기능과 함께 카페 등 휴게공간, 음반, 키즈공간을 아우르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됐다.

박효진 대구백화점 본점 점장은 “영풍문고 개점으로 그동안 대구 유통업계에서는 볼 수 없는 백화점과 대형 서점이 결합한 문화공간을 처음 선보였다”며 “젊은 층과 가족 중심의 고객 방문이 크게 늘어났다”고 소개했다.

현대백화점 대구점은 오는 27일 지하 2층에 990㎡ 규모의 책과 문화가 공존하는 교보문고를 입점시켜 영풍문고 대백점과 고객 유치 경쟁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백화점 매장 개장으로 독서인구가 확산되고 서적 매출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올 연말 동대구복합환승센터에 문을 여는 신세계백화점은 1650㎡ 규모의 서점을 유치할 예정으로 반디앤루니스 등 대형서점과 입점협의를 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1650㎡ 규모인 매장 곳곳에 소파와 테이블 등을 비치해 소비자들이 책을 읽거나 인터넷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꾸밀 예정”이라며 “어떤 서점이 입점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에 반디앤루니스가 입점하면 교보문고, 영풍문고와 함께 3파전을 벌이게 된다.

대학 교수인 장모씨는 “그동안 제일서적 등 지역 서점들이 문을 닫으면서 서점 선택권이 없어져 많이 아쉬웠는데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하는 다양한 서점이 백화점에 입점하면 소비자들이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