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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과장&이대리] 남성들은 하루에 10번씩 '흡연 타임', 여직원은 점심 10분만 늦어도 '눈치'…상사의 성차별에 가슴앓이만ㅠㅠ

입력 2016-10-17 18:54:04 | 수정 2016-10-18 11:11:57 | 지면정보 2016-10-18 A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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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의 카톡방은 싫어요
자기들끼리 채팅방 만들고선 술자리서 "누가 누구보다 예쁘다"
성희롱 발언에 피가 거꾸로 솟아

3월14일 제가 뭘 잘못했죠?
'청일점'이라 가뜩이나 외로운데 화이트데이 안 챙겼다고 면박
"밸런타인데이 때 초콜릿은 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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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도 군대 좀 다녀와야 한다.” “군대 다녀온 게 벼슬이냐.” “생리 휴가를 없애라.”

남혐(남성혐오) vs 여혐(여성혐오) 등 성(性) 대결로 얼룩진 온라인 커뮤니티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나 ‘메갈(메갈리아)’에 올라온 글이 아니다. 한 기업 사내 익명게시판의 일부다. 시작은 남녀 선후배 간 말다툼이었다. 남자인 후배 직원 이모씨가 입사 1년 선배지만 다섯 살 어린 여성 선배 김모씨에게 “1년 먼저 들어온 게 대수냐. 왜 반말 찍찍하면서 자기 싫은 일만 떠넘기느냐”고 대드는 사건이 벌어졌다. 김씨는 인사팀에 이런 사실을 알렸고, 이씨는 징계를 받았다.

불만을 품은 이씨는 사내 게시판(익명)에 자신과 선배의 실명을 공개하며 공론화했다. 순식간에 게시판은 난장판이 됐다. 처음엔 “어디 후배가 선배 지시에 불응하느냐”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지만 “여자가 다섯 살이나 많은 남자에게 반말 쓴 게 잘못”이란 글이 올라오며 남녀 갈등으로 번졌다. “서로 예의를 지키자”는 장문의 글과 함께 논쟁은 수면 아래로 내려갔지만, 몇 달간 회사 분위기는 싸늘했다.

직장 내 성차별 논란은 ‘밟지 않은 지뢰’로 꼽힌다. 평소엔 말하지 않지만 누군가 건드리면 ‘펑’하고 터지는 주제란 이유에서다. 성차별 문제로 고민하는 김과장 이대리의 사연을 들어봤다.

외모 평하는 카톡방, 회사에서도?

제조업체에 다니는 김모 대리는 요즘 남자 동기들을 볼 때마다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한다. 남자들만 따로 ‘카톡방’을 만들고 여직원에 관한 대화를 나눈다는 사실을 얼마 전 들어서다. 오랜만에 동기끼리 술자리를 하는데 취기가 오른 한 남자 동기가 갑자기 “남자 동기방에서 근래 입사한 신입사원들보다 네가 훨씬 더 인기 많더라”며 너스레를 떤 것. “대학가에서 문제가 된 남자들의 ‘카톡방 뒷담화’가 직장에서도 벌어질지 몰랐어요. 혹시 나도 모르게 성희롱 대상으로 오르내린 건 아닌지 신경 쓰이네요.”

중소기업에 다니는 여성인 이모 차장은 하루에 대여섯 번씩 담배 피우러 나가는 남성 동료들이 못마땅하다. 흡연하면서 여직원에 대한 뒷담화를 나눈다는 얘기가 들린다. 또 인사철이면 각종 정보가 흡연장소를 통해 유통된다는 데 소외되는 느낌도 든다. 점심시간에는 10분만 늦게 들어와도 눈치를 주는데 담배 피우고 돌아오는 직원들에겐 관대한 상사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엄연히 근무시간인데도 한 번 나가면 거의 20~30분씩 있다가 와요. 담배 피우는 시간은 근무 시간에서 빼야 하는 것 아닌가요.”

여초회사에서 고생하는 男직원들

공기업에 근무하는 김모 과장은 여자 입사 동기들과 냉랭한 사이다. 입사 초기 선배들이 저녁을 사준다며 주로 데려간 곳은 회사 앞 김치찌개집. 여성 동기들은 자주 도망갔지만 소주를 좋아하는 김씨는 매번 끝까지 남았다. 이 과정에서 ‘선배들이 남자인 김씨만 예뻐한다’며 여직원들의 시기를 받게 됐다. “결국 팀 배치나 승진 때 챙겨주는 건 남자 직원 아니겠느냐”는 비아냥도 들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여직원 때문에 차별 대우를 받는다고 느낀다. 똑같은 실수를 해도 여직원에겐 “허허, 그럴 수도 있지”라고 넘어가지만 남자 직원은 시말서를 쓰는 일도 있었다. 잔심부름과 야근은 주로 남성들의 몫이다. 김씨는 “다 필요 없으니 남녀 차별 없이 똑같이 대우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마케팅회사로 이직한 이모씨는 다음달 11일 빼빼로데이가 걱정이다. 이씨의 회사는 전형적인 여초(女超) 회사다. 대표를 포함해 10명 남짓한 직원 중 남자는 이씨 한 명이다. 그가 빼빼로데이를 걱정하는 이유는 지난 3월 화이트데이 때 선물을 준비하지 않았다가 “센스 없이 그냥 왔어요?” “청일점이 우릴 안 챙겨주니 섭섭하네”라는 식의 핀잔을 온종일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2월 밸런타인데이 때 챙겨주는 여직원이 있던 것도 아니었죠. 남들은 여자가 많은 회사에 다니는 것을 부러워하지만 고민이 많습니다.”

남초회사 다니는 여직원들의 속앓이

은행에 다니는 이모 주임의 부서에선 최근 ‘생리휴가’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 한 여직원이 1주일 전에 생리휴가를 미리 신청한 것. 남자직원들은 “그날 아프다는 걸 어떻게 예측할 수 있느냐” “생리휴가를 보통 주말에 붙여서 쓰더라”고 수군거렸다. 이 주임은 “법적으로 보장되는 제도인 데다 무급휴가인데도 눈치를 봐야 하니 같은 여자로서 속상하다”며 “안 쓰는 사람은 안 쓰는데 꼭 쓰는 사람만 쓴다는 식의 말로 눈치를 주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부서원 10명 중 8명이 남자인 ‘남초’ 회사에 근무하는 박모 주임은 ‘은근한’ 성희롱 때문에 고민이다. 상사들은 회식 때마다 박 주임을 칭찬한답시고 “네가 우리 부서의 꽃이다” “아무리 그래도 여자 후배가 따라주는 술이 맛있지”라고 한다. 사생활을 캐묻는 질문도 많다. “이번 휴가는 남자친구와 어디 좋은 데를 가느냐” “여자 나이는 크리스마스 케이크 같아서 25세 넘으면 팔리질 않으니 빨리 시집가라”는 식의 농담도 수시로 듣는다. 박 주임은 “딱 성희롱이라고 못박아 신고하기엔 좀 어렵지만 그래도 참 듣기 거북하다”고 했다.

남녀갈등 있으면 안되죠

모 대기업 인사부의 한 부장은 며칠째 속앓이 중이다. 대졸 신입사원 채용을 진행 중인데, 필기시험 뒤 면접 대상자를 성적순으로 뽑으니 8 대 2로 여성 지원자가 많아서다. 인사담당 전무의 “면접에 올라갈 지원자 남녀 비율을 맞추라”는 지시를 수행하기 위해 남성 지원자의 합격 커트라인을 내렸다. 하지만 좀처럼 5 대 5 비율을 맞추기 어려울 정도로 남성의 점수가 낮았다.

회사가 남성 비율을 높이려는 건 고육지책이다. 지난 몇 년간 시험성적에 따라 대거 입사한 여직원들을 두고 “여학생들 같다. 나중에 결혼하고 애 낳으면 한 번에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남성들의 불평이 나왔다. 여초가 된 부서의 부서장과 여직원들도 “여자들만 일하려니 야근 등 불편한 일이 있다”며 남성 사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남성 비율을 조금 높였더니 여직원회가 발끈했다. ‘남자인 게 스펙이냐’며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 “남성 지원자 여러분, 글씨도 좀 정성 들여 쓰고 열심히 준비하세요. 성적 조작하려니 너무 힘들어요.”

서울의 한 구청 공무원 김모씨는 지난주 평일 하루 출근하지 않고 낮에 시내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여유롭게 보냈다. 전날 야간 당직을 섰기 때문이다. 이 구청은 지난해까지는 남성만 야간 당직을 섰지만 올해부터는 여성도 당직을 서기로 했다. 김씨는 “처음엔 여성 직원들의 불만도 많았는데 다음날 쉬기 때문에 지금은 반기는 분위기”라며 “남자들도 당직 주기가 한 달에서 두세 달로 늘어 만족하는 것 같다”고 했다.

정지은/김현석/고재연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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