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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 칼럼] 쿠릴열도

입력 2016-10-17 17:31:04 | 수정 2016-10-18 05:10:23 | 지면정보 2016-10-18 A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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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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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릴(Kuril)열도는 러시아 캄차카 반도와 일본 홋카이도를 연결하고 있는 섬들을 가리킨다. 56개의 섬과 암석이 1300㎞에 걸쳐 긴 목걸이처럼 늘어서 있다. 지명은 아이누족 언어로 ‘사람’이라는 뜻의 쿠르(kur)에서 유래했다.

오랫동안 아이누의 섬이었으나 19세기 이후 분쟁의 땅으로 변했다. 러시아인들이 16~17세기에 진출하기 시작해 18세기 초 영향력을 키우자 위협을 느낀 일본이 팔을 걷고 나섰다. 1855년 러·일 화친조약에 따라 최남단 에토로후를 비롯해 4개 섬을 일본 영토로 했다. 1875년 상트페테르부르크 조약에서는 러시아가 사할린을 차지하는 대신 일본이 쿠릴열도의 모든 섬을 지배하기로 합의했다.

2차대전에서 일본이 패망하면서 1945년 쿠릴열도는 다시 러시아에 넘어갔다. 하지만 일본은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때 에토로후, 구나시리, 시코탄, 하보마이 등 ‘북방 4도’가 일본 땅이라며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한국의 독도 역시 일본 땅이라고 주장했다. 한때 시코탄과 하보마이가 일본에 반환되는 듯했으나 1960년 일본이 미국과 안보조약을 개정하자 러시아가 태도를 바꾸면서 무산됐다.

겨울 추위와 여름 습기 때문에 작물 재배는 어렵지만 석유와 금, 황 등의 해저 지하자원이 많아 경제적 중요도는 높다. 러시아로서는 태평양으로 나아가는 극동의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홋카이도에서 가장 가까운 에토로후 섬은 쿠릴 열도에서 면적이 제일 넓다. 2차대전 때 일본 항모기동부대가 이곳에서 진주만을 공격하러 출발했다.

최근 러·일 정상의 신외교 바람을 타고 이들 섬의 운명이 또 바뀔 것 같다. 러시아가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사할린을 거쳐 일본 홋카이도까지 연장하자고 제안하면서 쿠릴열도 4개 섬 중 하보마이와 시코탄 2개를 반환할 뜻을 비친 것이 계기다. 경제 위기를 겪는 러시아가 철도와 영토 문제를 연계해 일본 자본을 끌어들이려는 전략이다. 엊그제는 4개 섬 중 일부를 양국이 공동통치하는 방안까지 나왔다.

이를 바라보는 우리 시선은 착잡하다. 쿠릴열도의 지정학적 변화는 곧 동북아 국제질서의 변화를 뜻할 수 있다. 우리가 추진해온 유라시아 철도 연결이 북한 핵 때문에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자칫하면 한국은 섬처럼 고립될 수도 있다. 샌프란시스코 협정 당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던 일본을 생각하면 섬뜩하다. 열강의 이합집산이 거듭될수록 우리 외교력이 상대적으로 초라해 보인다. 역사는 돌고 도는데.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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