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회의장이 ‘2016 세법 개정안 토론회’ 축사에서 법인세 인상을 담은 야당의 세법개정안을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시사해 주목받고 있다. 그는 이미 다른 자리에서도 비슷한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이는 온당한 일처리가 아니다. 수년에 걸쳐 장기간 적용되는 법인세 문제를 단년도 예산의 부수법안으로 다루는 것은 법안의 구조상 논리에도 맞지 않는다. 배를 배꼽에 부수한(딸린)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여야가 법인세 인상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편파적이라는 비판만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정 의장은 법인세 인상안의 부수법안 지정과 관련해 “법인세는 세수의 중요한 부분” “세수가 늘어나야 하는데 법인세도 그중 하나”라며 이를 정당화하고 있다. 그러나 법인세는 그런 세금이 아니다. 법인세율을 올리면 세수가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부터가 틀린 말이다. 법인세는 더구나 경제 전반에 주는 중장기적 영향이 크기 때문에 매우 신중히 다뤄야 한다.

법인세율 인상은 일정한 구간에서는 오히려 세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어제 열린 한국은행·한국금융학회 주최 추계 심포지엄에서 “법인세율 인상은 국내 투자를 축소하고 해외 투자를 늘리는 등 부작용만 낳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세수는 오히려 줄어들게 되고 막대한 자본 유출이 예상된다”는 등의 경고가 쏟아진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조세재정연구원 등은 이미 정부가 대기업 조세감면 제도 등을 정비하면서 법인세 실효세율이 계속 오르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은 바 있다. 이런 상황에 대기업 법인세율을 22%에서 25%로 인상하면 그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투자도, 일자리도 모두 해외로 내모는 자해행위가 될지도 모른다. 지금 세계가 법인세 인하 경쟁에 돌입한 것도 그 점 때문이다.

예산부수법안 지정은 여야 간 정쟁으로 예산안이 처리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것일 뿐이다. 위험천만한 법인세 인상을 부수법안으로 지정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