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애플 CEO가 방일(訪日) 중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스마트폰은 이제 아홉 살에 불과하다”며 “인공지능(AI)이 결합되면 아직 진화할 곳이 많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기술과 인재 관점에서 보면 일본은 열쇠를 쥔 나라라고 생각한다”며 일본 기업과의 적극적인 협력을 시사하기도 했다. 팀 쿡은 CEO가 된 뒤에는 한국을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의 발언은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항간의 우려를 일축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첨단 기술과 결합하면서 새로운 형태로 계속 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스마트폰을 하나의 완결된 제품으로 간주한다면 시장포화가 맞을지 모른다. 하지만 마이클 포터의 분석대로 스마트폰을 연결성 기기로 받아들인다면 엄청난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스마트폰은 태생부터 장터요 플랫폼이요 중개자였다. 그 과정에서 다른 산업의 포식자나 경쟁자 역할을 해왔다. 이미 서점이나 음반 카메라시장을 사양산업으로 내몰았다. 금융이나 유통산업도 차츰 스마트폰으로 빨려들고 있다. 우버나 에어비앤비 등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내는 것도 물론 스마트폰이다. 기존의 생태계를 무너뜨리고 산업 질서를 재편했다. 이제 AI와 또 한 차례 결합을 시도하는 중이다. 곧 로봇과도 결합한다. 그 과정에서 전혀 다른 스마트폰이 태어날 수 있다. 팀 쿡은 이 점을 말한 것이다.

물론 애플만이 아니다. 구글도 AI 스마트폰의 첫 모델인 픽셀폰을 선보였고 화웨이도 조만간 AI폰을 내놓는다고 한다. 마이크로소프트도 곧 AI폰 시장에 뛰어들 계획이다. 이런 시점에 팀 쿡이 소니와 닌텐도를 찾고 아베 총리를 만났다. 일본에는 수많은 인재와 파트너, 부품 공급자들이 있다고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애플과 일본의 동맹은 예사롭지 않다.

스마트폰의 주도권 전쟁이 예고되고 있다. AI폰에서 피 튀기는 합종연횡이 벌어질 것 같다. AI폰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하지만 우리로선 승산이 없는 것도 아니다. 삼성의 싸움도 지금부터다. 지금이야말로 1등주의에 집착해야 하고 삼성다운 스피드를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