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대표'라는 사명감 가지니 성과도 더 좋아져"
“여성이 적은 일터일수록 ‘내가 여성 대표’라는 사명감을 가져야 합니다. 그런 자세로 일한 덕분에 만도 최초 여성 임원으로 뽑힌 것 같습니다.”

만도 54년 역사에서 첫 여성 임원으로 승진한 오금순 만도 상무보(사진)는 17일 “제조업처럼 남성 비율이 높은 직장에서 여성이 잘못하면 여성 전체의 문제로 인식되기 쉽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라그룹은 자동차 부품(만도)과 건설(한라건설)을 두 축으로 한다. 여성 인력이 적은 일터다. 오 상무보가 1987년 만도에 입사할 때 동기 50여명 가운데 여성은 단 두 명이었다. 지난 9월 말 그룹 정기인사에서 승진해 구매본부 내에서 협력사와의 관계를 끌어올리는 동반성장 업무를 책임지게 됐다. 한 번 입사하면 오래 다니는 기업 문화 때문에 30년 차에 임원이 된 게 특별히 빠르거나 느린 것은 아니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오 상무보는 “입사 면접에서 당시 전무였던 정몽원 회장에게 ‘회사가 나를 필요로 하는 한 내가 먼저 그만두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고, 그게 자신과의 약속이 돼 지금까지 현장을 지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명감을 가지면 업무에 좀 더 신중해지고 더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오 상무보는 1987년 입사 직후 1994년까지 만도 안양공장에서 생산직 직원을 관리하는 현장 기사로 일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는 제조업 공장에서 여성 기사는 무척 드물었다. 오 상무보는 “현장 사람들과 매일같이 술 마시고 부대끼며 스킨십을 한 덕분에 인정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1995년 생산기술연구원으로 이동해 차량 부품 경량화를 담당했고, 2004년 구매본부로 옮겨 협력사와 깨끗한 관계를 구축하는 데 일조했다.

오 상무보는 “제조업은 서비스나 금융과 달리 남성이 많아 여성 리더의 능력보다는 ‘남자 부하 직원들이 말을 잘 들을까’를 우려하는 분위기가 여전히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하지만 요즘 젊은 직원들은 상사를 굳이 여성이나 남성으로 구분짓지 않고 능력 위주로 보기 때문에 여성 리더라는 것 자체가 큰 문제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오 상무보는 “다만 생산 가능 인구가 줄어들면서 여성 인력을 활용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여성의 사회 진출을 장려하기 위해 임원 쿼터제 등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