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왼쪽)과 이영훈 국립중앙박물관장이 17일 서울 용산동6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윤 회장이 일본에서 구입한 뒤 기증한 고려 불화(佛畵) ‘수월관음도’를 보며 얘기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왼쪽)과 이영훈 국립중앙박물관장이 17일 서울 용산동6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윤 회장이 일본에서 구입한 뒤 기증한 고려 불화(佛畵) ‘수월관음도’를 보며 얘기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주변에서 ‘회사 이름으로 박물관을 하나 만들어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를 소장하라’는 권유를 많이 했습니다. 저는 받아들이지 않았죠. 좋은 유물은 되도록 많은 사람이 함께 봐야 한다는 생각에서 공공기관에 기증하게 됐습니다.”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69)은 거액을 들여서 산 고려불화 ‘수월관음도’를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17일 서울 용산동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기증식에서다. 윤 회장은 지난 4월 재일동포로 추정되는 일본 소장자에게서 이 유물을 25억원에 산 뒤 이날 이 박물관에 공식 기증했다.

수월관음도는 불교경전 ‘화엄경’의 마지막 부분인 ‘입법계품’에 나오는 장면을 묘사한 불화다. 입법계품에 나오는 구도자인 선재동자가 달빛이 비치는 보타락가산(불경에 나오는 상상 속의 산)의 바위에 앉아 있는 관음보살을 만나는 장면이다.

윤 회장이 기증한 수월관음도는 14세기 중엽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족자(簇子) 부분까지 포함하면 가로 63㎝, 세로 172㎝이며 그림 부분은 가로 43㎝, 세로 91㎝로 다른 수월관음도보다 약간 작다. 그림 속에는 미소 띤 관음보살이 금니당초무늬로 장식된 천의(天衣)를 두른 채 반가부좌를 하고 있다. 관음보살 앞에 선재동자가 작게 그려져 있다. 화면 왼쪽 중간에는 승반(받침접시)과 정병이 배치됐다.

현재 전 세계에는 160여점의 고려불화가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수월관음도는 표현이 화려하고 섬세해 고려불화의 백미로 꼽힌다. 수월관음도는 국내외에 46점가량이 있는 것으로 전해져 있다. 국내에는 삼성미술관 리움(2점),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우학문화재단, 호림박물관이 5점을 소장하고 있으며 대부분 보물로 지정돼 있다. 윤 회장의 기증에 따라 국내에 있는 고려시대 수월관음도는 6점으로 늘었고, 국립박물관으로선 처음 소장하게 됐다.

“7년 전쯤 (동양학 박물관으로 유명한) 프랑스 기메박물관에 갔을 때 해설사가 이 박물관이 소장한 수월관음도를 소개하면서 ‘한국의 국립박물관에도 없는 유물’이라고 강조하는 걸 들었습니다. 자존심이 상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이 일이 계속 기억에 남아 있었죠. 그 뒤로도 절에 가서 불화를 볼 때면 그때 일이 떠올랐는데 우연한 기회에 ‘일본에 있던 고려불화 수월관음도가 한국에 잠깐 와 있는데 살 사람을 찾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구매를 추진했습니다.”

윤 회장은 “학생 때부터 줄곧 역사에 관심이 많았고 기업인이 돼서도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며 “수월관음도가 다시 외국으로 나가면 한국에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란 생각이 들어 고향에 온 만큼 제자리로 가야 한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기회가 되면 다른 유물도 여러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 수월관음도를 18일부터 다음달 11일까지 일반에 공개한 뒤 보존 처리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보존 처리에는 적어도 1년 이상 걸릴 전망이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