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러시아와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쿠릴열도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 문제의 해결책으로 양국이 공동으로 통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러·일 평화조약 체결을 추진 중인 가운데 4개 섬의 일본 귀속 문제를 둘러싼 양국 간 의견 차를 좁히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1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쿠릴열도 4개 섬 가운데 시코탄, 하보마이는 반환받고 에토로후, 구나시리는 공동 통치하는 방안을 기본으로 러시아와 협의할 방침이다. 양국 정부는 오는 12월15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정상회담을 앞두고 경제협력 방안과 평화조약 체결을 논의 중이다.

일본 정부는 원칙적으로 4개 섬 반환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들 섬을 실효지배하는 러시아 정부의 양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옛 소련과 일본은 1956년 ‘평화조약 체결 후 시코탄, 하보마이 두 섬을 일본에 인도한다’는 공동선언에 서명한 바 있어 일본 정부는 이들 2개 섬 반환은 협상에 따라 가능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자국이 강한 지배력을 확보하는 것을 조건으로 4개 섬 전역이나 하보마이, 시코탄, 구나시리 등 3개 섬을 공동 통치하는 방안도 함께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어느 섬을 공동 통치 대상으로 하고, 시정 권한을 어느 나라에 어느 정도까지 인정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일본 정부가 제시한 공동 통치는 아베 총리가 지난 5월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에게 제안한 ‘새로운 접근법’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섬 내 경제활동과 경찰권, 재판 관할권 등 조율해야 할 내용이 많아 협상 과정에 진통이 따를 수 있다. 공동 통치 섬 내에서 자국민에게 자국 법률을 적용할지, 공동 입법지역으로 할지 등도 정해야 한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