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홍라희 관장 정상화 화백 서세옥 화백 윤명로 화백 이종상 화백 김종학 화백 김창열 화백 양혜규 작가 정연두 작가.
왼쪽부터 홍라희 관장 정상화 화백 서세옥 화백 윤명로 화백 이종상 화백 김종학 화백 김창열 화백 양혜규 작가 정연두 작가.
서울대미술관이 서울대 미술대학 개설 70주년을 맞아 동문 기획전을 열고 있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의 70년-또 하나의 한국현대미술사’ 전이다. 오는 30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장발·김용준 등 전직 서울대 미대 교수들과 1회 입학생부터 1980년대 학번 졸업생까지 서울대 미대를 거쳐간 98명이 참가했다.

전시 주제가 시사하듯 이번 기획전은 서울대 미대의 학맥을 통해 한국 현대미술 흐름을 읽을 수 있는 기회다. 서울대 미대는 1946년 미술과를 개설한 이후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을 비롯해 서세옥, 민경갑, 이종상, 김창열 화백 등 걸출한 인사를 배출하며 학계와 화단을 주도해왔다. 순수미술뿐만 아니라 디자인, 공예 등 상업미술을 아우를 만큼 학맥이 두텁다.

◆‘스타 화가’ 30여명 맹활약

서울대 미대 졸업생은 총 7000여명. 홍익대 미대와 함께 화단, 학계, 미술사업 분야에서 두터운 인맥을 형성해 한국 미술계의 ‘핵심축’을 이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67년 서울대 미대 응용미술학과를 졸업한 홍 관장은 미술계의 ‘슈퍼 파워우먼’이다. 1983년 현대미술관회 이사로 대외 활동을 시작해 호암미술관장, 삼성문화재단 이사장, 현대미술관회 부회장 등을 지내며 미술 발전에 힘을 보태고 있다.

대한민국 예술원 미술분과에서는 전체 18명의 회원 가운데 민경갑 회장을 비롯해 이종상 서세옥 문학진 최종태 전뢰진 등 15명이 서울대 출신이다. 홍익대 미대 출신은 1명뿐이다. 화단에서도 서울대 인맥이 두텁다. 국내에서 전위적 개념미술을 이끈 윤명로를 비롯해 2014년 ‘자랑스런 서울대인’상을 받은 이우환, ‘설악산 화가’ 김종학, 색면추상의 유희영, ‘물방울 화가’ 김창열, 방혜자, 강요배, 박항률, 김병종, 오치균, 서용선, 서도호, 양혜규, 정연두 등 30여명이 국내외 무대에서 ‘스타 작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한국 추상조각의 아버지’로 불리는 김종영, 서울 광화문의 이순신 장군상을 제작한 김세중, 최만린 전 국립현대미술관장, 최종태 김종영미술관장 등 조각 거장도 키워냈다. 이들은 현재 한국 조각계의 핵심축이다.

세계적인 한국 단색화 열풍의 중심에도 서울대 미대 1회 졸업생 정창섭과 정상화 오수환 이강소 등이 포진해 있다. 미술평론(정영묵·최태만·이영욱)과 학계(김병종·김춘수·윤동천·권여현·김종구·이기봉)에서도 서울대 출신의 약진이 뚜렷하다.

미술관과 문화후원단체에는 ‘서울대 라인’으로 분류되는 대기업 총수 부인의 활약도 눈에 띈다. 홍라희 관장 외에도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부인인 이명희 일우스페이스 관장은 특유의 섬세함으로 사진전문 전시공간을 운영하며 ‘아트 경영’을 조언하고 있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부인 송광자 전 경운박물관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부인인 이경렬 재단법인 아름지기 이사 등도 미술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문화사업에서도 ‘서울대맨’ 약진

정치나 문화사업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서울대 미대 동문도 많다. 권영걸 한샘 사장은 서울대 디자인학부 교수로 일하다 최고디자인책임자(CDO)로 변신해 ‘감성 디자인 경영’을 전파하고 있다. 김정 전 새누리당 의원은 서울대 미대 출신으로는 처음 국회에 진출해 주목받았다. 오정미 푸드스타일리스트, 적극 연극연출가, 영화감독 김진아·오승욱·조성희, 배우 감우성과 안재환, 서도식 한국문화재재단 이사장, 자연밥상 ‘바비오네’의 이하웅 대표 등도 미대 출신이다.

미술평론가 정준모 씨는 “서울대 미대 인맥이 그간 한국 미술의 발전을 견인해온 면도 있지만 미술판이 지나치게 서울대에 편중돼 인사 때마다 ‘학맥 논란’이 이어져온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