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를 넘겨온 대우조선 구조조정이 지금 어디쯤 와 있나. 맥킨지가 독자생존 가능성이 낮다는 결론을 낸 가운데 대우조선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자력생존을 위해 스스로 확보해야 하는 자금은 불어나는 중이지만 자산매각도, 신규수주도 지지부진이다. 어설프게 재벌 흉내를 내온 산업은행도, 구조조정을 지휘한다는 정부도 종적을 찾기 어렵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앞으로 몇달 정도는 그간의 ‘구조조정 코스프레’로 연명해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년 4월부터 11월까지 9400억원의 회사채가 돌아온다. 그 전에 돈되는 자산을 매각하고, 인력도 감축하면서, 완공 시추선까지 발주처에 다 넘겨야 한다. 지난해 ‘서별관회의’를 통해 산업은행은 108억달러 수주를 전제로 대우조선에 4조2000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시장위축으로 지난 6월 이 목표는 62억달러로 반토막났다. 하지만 지금은 줄이고 줄인 수주목표 35억달러도 어렵다고 한다. 자산매각이나 인력감축까지 뜻대로 안 되고 있다.

한마디로 나갈 돈은 더 늘어나고 들어올 돈은 줄어들었다. 회사 측은 4조2000억원 중 미집행분 1조원에 내심 기대를 걸 수도 있겠지만 이 와중에도 노조는 파업카드를 들고 있다. 어림도 없다. 생산설비든 인력이든 각오와 용기가 없이는 감축이 불가능하다. 회사는 최근 2조원 규모의 유동성 확보 비상계획을 세웠다고는 하지만 정부가 이 계획만 바라보며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다. 대우조선 살리느라 애먼 한진해운만 먼저 법정관리로 밀려갔는지도 모르겠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대우조선 자구계획 진도를 주 1회 이상 체크하고 있다”(10월10일 기자간담회)고 말했지만 무언가 한가해 보인다. 오히려 문제는 대우조선을 넘어 산업은행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정부는 산업은행의 짐을 덜기 위해 수출입은행을 통해 대우조선에 증자하는 방안을 독려하고 있지만 수출입은행인들 밑 빠진 독에 계속 물을 부을 수는 없을 것이다. 조선산업이 위기로 몰린 데는 대우조선을 국영화하고 어설프게 재벌 흉내를 낸 산업은행의 오류가 가장 컸다. 정공법인 공적자금 방안을 기피하는 것은 국회에 불려가는 게 싫어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