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형은행들이 초저금리라는 최악의 조건에서도 3분기 예상을 뛰어넘는 양호한 실적을 올렸다. 개인영업 부진과 전통적 수익원이던 예대마진의 감소를 트레이딩으로 만회한 결과다.

1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JP모간체이스는 3분기 순이익이 63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6% 감소했다. 주당 순이익도 1.58달러에 그쳤으나 전문가 예상치 1.39달러는 크게 웃돌았다. 매출은 8% 증가한 255억달러를 기록했다. 시장이 전망한 240억달러보다 많았다.

이 같은 실적 호조는 트레이딩부문 매출이 57억달러로 33%의 높은 증가율을 올린 덕분이었다. 특히 채권매매는 절반에 가까운 48%의 매출 증가를 기록하며 2013년 이후 최고 실적을 올렸다. 투자은행 부문 수수료 매출도 18억달러로 15% 급증했다. 반면 소매금융 부문 순익은 지난해 3분기 26억달러에서 22억달러로 급감했다.

씨티그룹도 3분기 순이익이 38억달러, 주당 순이익은 1.24달러로 11% 감소했다. 하지만 투자분석가들이 예측한 1.16달러를 넘어섰다. 매출은 4% 감소한 178억달러를 기록했다. 씨티그룹이 당초 예상보다 양호한 실적을 올린 것도 채권거래 매출이 34억달러로 36% 증가한 영향이 컸다.

WSJ는 기업이 저금리를 활용해 적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회사채 발행을 늘리면서 은행이 혜택을 봤다고 분석했다. 채권을 포함한 전체 트레이딩부문 매출은 41억달러로 16% 증가했다.

200만개에 달하는 ‘유령계좌’를 개설한 존 스텀프 최고경영자(CEO)가 사퇴하는 등 악재를 만난 웰스파고 실적도 예상보다 양호했다. 순이익은 56억4000만달러, 주당 1.03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 감소했지만 전문가의 주당 순익 기대치 1.01달러는 넘었다. 매출은 2.1% 늘어난 223억달러를 기록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웰스파고 순이익이 4분기 연속 감소하는 등 미국의 대형은행 중 소매영업과 상업은행(CB)부문 비중이 높아 초저금리 영향을 가장 크게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