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포함한 세계 197개국이 이산화탄소(CO₂)보다 최대 1만배 강한 온실가스인 수소불화탄소(HFC)를 2019년부터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데 합의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197개국 대표들은 르완다 수도인 키갈라에서 열린 ‘제28차 몬트리올 의정서 당사국 회의’에서 밤샘 협상 끝에 15일(현지시간) 이 같은 방안에 합의했다. 이들은 1989년 프레온가스(CFC) 생산과 사용을 규제하기 위해 제정한 몬트리올 의정서를 수정하려 지난 7년 동안 논의해왔다.

에어컨과 냉장고 냉매로 쓰이는 HFC는 오존층 파괴 물질인 CFC를 대체하기 위해 1980년대 도입됐다. 그러나 HFC의 강력한 온실효과가 확인되면서 다시 이를 규제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어왔다.

이번 합의에 따라 선진국은 2019년에 2011~2013년 사용량의 10%를, 2036년까지는 85%를 줄여야 한다. 중국 등 개발도상국은 2024년부터 감축에 들어가 2045년까지 2020~2022년 사용량의 80%를 줄여야 한다. 인도와 파키스탄, 중동 일부 국가는 경제 발전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2028년부터 HFC 사용을 줄이기로 했다.

미국 대표로 참석한 존 케리 국무장관은 “미래를 위한 기념비적 조치”라고 말했다. 더우드 젤케 지속가능개발연구소(IGSD) 소장은 “지구 온도 상승 폭을 0.5도 줄일 것”이라며 “단일 합의로는 역대 최대 규모”라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키갈라 합의가 지난해 맺은 파리기후협정보다 강력한 효과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리협정은 감축 목표 수립과 이행 여부를 각국의 자발적 노력에만 맡겨놔 구속력이 없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키갈라 합의는 HFC 하나에만 초점을 맞췄지만 구체적인 목표와 이행 일정이 있고 각국 정부는 이를 따를 의무가 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