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다시 일하고 싶다"고 외치는 경력단절여성
29세의 아기 엄마가 있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좋은 직장을 다녔다. 결혼 후 아기를 낳고 직장을 그만둔 지 불과 1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사회에선 이 사람에게 ‘경력단절여성’이란 낙인을 찍었다. 아무리 학벌과 실력을 갖춰도 재취업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이 여성은 5년 넘도록 재취업하지 못하고 있다. 내가 들은 경력단절 여성의 사례 중 가장 놀랐던 사례다.

한국에서 출산과 육아 등으로 인한 여성의 경력단절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여성 고용률은 지난해 55.7%였지만 결혼과 임신, 출산, 육아, 가족돌봄 등으로 경력이 끊긴 여성은 현재 약 205만명에 이른다. 기혼 여성의 21.8%에 달하는 숫자다. 특히 30대가 되면 경력단절 여파로 고용률이 약 32%로 급격히 낮아진다. 여성들이 일과 가정을 양립해 지속적으로 일하기에 어려움이 많다는 걸 방증한다.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한국에선 여성 인력을 잘 활용해야만 국가의 지속 성장이 가능할 것이다. 여성의 경력단절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연간 15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경력단절의 주요 요인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째, 장시간의 경직된 근로문화다. 이 때문에 자녀의 건강 문제를 비롯한 응급상황에 대처가 불가능해져 여성들이 직장생활을 포기하게 된다. 둘째, 육아휴직 등의 제도 사용이 불가능한 근무여건과 사회적 분위기다. 일부 남성은 여성의 육아휴직제도를 근본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며, 임신 중이거나 육아 중인 여성 동료에게 부정적인 눈초리를 보내기도 한다. 이런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직장 복귀 여부가 불투명해진다. 육아휴직자 대체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문제도 생긴다.

경력단절 여성과 관련된 사회적 손실을 줄이기 위해선 일하고 싶은 여성들을 다시 일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우리는 청년 일자리 문제를 이야기할 때 ‘청년’이라는 대상을 하나로 규정하고 문제를 풀어나가려고 한다.

그러나 ‘청년’에는 경력단절 여성과 경력단절 남성, 비정규직 청년근로자와 장애인 청년 등 다양한 환경과 계층의 청년 개념이 녹아 있다. 우리 정치권은 경력단절 여성과 비정규직 및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조경태 < 국회 기획재정위원장 yeskt@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