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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칼럼] 경제민주화 그림자가 배회하는 한국 경제

입력 2016-10-16 17:54:15 | 수정 2016-10-17 02:36:08 | 지면정보 2016-10-17 A3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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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조절 실패한 경제민주화 입법은 헤지펀드에 빗장여는 '우'가 될 수도
시장경제 제약하는 '족쇄'되선 안돼

조동근 < 명지대 교수·경제학 / 객원논설위원 dkcho@mju.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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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 그림자가 한국 경제를 뒤덮고 있다. 모든 것은 경제민주화로 통한다. 문제가 발생한 것은 경제민주화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며 경제민주화가 되면 모든 문제는 해결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경제민주화는 문제를 진단하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이면서 문제를 해결해주는 ‘요술방망이’다. 어느덧 경제민주화는 논증 없는 믿음과 확신의 영역이 됐다.

‘경제민주화 전도사’인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왜 경제가 민주화의 대상이어야 하는가’에 대해 명확히 답하지 않았다. 경제권력이 정치권력을 압도하기 때문에 경제민주화가 필요하다는 ‘우회적 답’이 전부다. 하지만 정치권력이 기업을 쥐락펴락하지 기업이 정권을 부침시키지 않기 때문에 이는 과장된 현실 인식이다. 경제권력은 ‘의인화’ 조작으로 만들어진 가공의 개념이다. 과장된 현실 인식은 정책오류를 낳는다.

지난해 삼성물산을 공격했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이번에는 삼성전자 지분 0.62%를 보유하고 주주제안권을 행사하면서 삼성전자를 압박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의 분할, 30조원 규모의 특별배당 그리고 외국인 사외이사 3명의 추가 선임이 제안 사항이다. 10월27일 임시주주총회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전자 등기이사 선임이 예정된 날인 만큼 엘리엇의 재등장 시점은 절묘하다. 엘리엇이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올 6월은 경제민주화를 위한 상법개정안이 발의되기 직전이다. 엘리엇은 이미 한국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입법 움직임을 정확하게 꿰고 있었다.

김 의원은 지난 7월4일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선출, 다중대표소송제 등을 요체로 하는 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엘리엇은 우호세력을 규합해 삼성전자 이사회 진입을 꾀할 것이다. 상법은 1.5% 이상의 지분을 6개월 이상 보유하면 임시주총 소집을 허용하고 있다.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임제는 엘리엇의 삼성전자 이사회 진입에 결정적 통로가 될 수 있다. 외국인 지분이 50.7%에 이르는 상황에서 배당 강화는 국부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

‘근로자와 소액 주주의 재벌 총수에 대한 견제와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입법 취지에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지만, 재벌의 지배주주를 암묵적으로 ‘악’으로 의제하는 현실 인식에는 문제가 있다. 소액주주는 경제적 약자가 아니며 글로벌 기업의 소액주주는 더 이상 내국인이 아니다. 분노를 조절하지 못한 섣부른 경제민주화 입법은 사전적 의도와 관계없이 헤지펀드에 우리 기업의 빗장을 풀어주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김 의원은 최근 “황제경영이 갤럭시노트7의 실패를 불렀기에 경제민주화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했다”고 언급했다.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상업세계에서 황제경영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삼성전자가 소수지분으로 기업을 꾸려나갈 수 있었던 것은 절대다수의 여타 주주들이 삼성전자의 경영성과에 만족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경쟁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갤럭시노트7 실패를 황제경영과 경제민주화에 연결짓는 것 자체가 견강부회다. 그렇다면 갤럭시노트7 전까지의 성공은 설명할 수 없다. 그리고 황제경영의 대척점에 있는 대우조선해양은 초우량기업이어야 하며 애플은 경제민주화에 정통해야 한다. 상업세계에서 실패는 다반사다. 갤럭시노트7의 실패는 성공에 따른 자만심, 애플을 넘어야 한다는 강박감, 경직적 조직문화 등이 어우러져 빚어진 것이다.

그동안 정치권은 대중이 반길 만한 것들을 경제민주화란 ‘정책카트’에 담다 보니, 인과관계를 깊이 성찰하기보다 누구에게 책임을 묻는 식의 인기영합적인 접근을 함으로써 정책의 합리성이 저하됐다. 골목상권이 그 전형이다. 경제민주화가 사유재산과 사적 자치로 압축되는 시장경제의 활력을 제약하는 족쇄가 돼서는 안 된다. 경제민주화는 그동안 너무 많이 쓰였다.

조동근 < 명지대 교수·경제학 / 객원논설위원 dkcho@mju.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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