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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향기] '오만과 편견'의 도시…18세기 영국을 거닐다

입력 2016-10-16 16:48:47 | 수정 2016-10-16 16:48:47 | 지면정보 2016-10-17 E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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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배스·브리스톨

1세기 로마인들이 남긴 거대 목욕탕…영국 유일 온천도시
영국 중세 교회 건축물의 대표작인 배스 수도원기사 이미지 보기

영국 중세 교회 건축물의 대표작인 배스 수도원

런던 패딩턴역(Paddington Station)에서 출발한 기차는 녹음이 우거진 잉글랜드 남부를 가로질렀다. 완만한 구릉지와 전원 풍경 속을 한참 달려 잉글랜드 남서부 지방의 두 도시를 마주했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 《설득》의 배경이 된 온천휴양도시 배스(Bath)는 18세기 영국 상류층이 누렸던 화려함을 품고 있었다. 19세기 전 세계로 출항하는 배와 사람들이 몰려들던 항구도시 브리스톨은 이제 골목 곳곳에 뱅크시(Banksy)의 그래피티(graffiti)가 그려진 젊음의 도시로 변모했다. 젊음과 역사가 공존하는 두 도시 브리스톨과 배스로 떠나 여유를 느껴보자.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온천휴양도시 배스

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배스는 영국에서 유일한 천연온천도시다. 2000여년의 장엄한 역사를 지닌 온천 유적지인 로만 배스(Roman Bath)를 중심으로 도시가 형성됐다.

로만 배스는 고대 로마인들이 목욕을 즐기던 거대한 목욕탕이다. 1세기 초반 브리튼섬을 정복한 로마인들에 의해 건설됐다. 온천수가 솟아오르는 대욕탕(The Great Bath)을 중심으로 원주 기둥으로 둘러싸여 서유럽에서 가장 인상적인 로마 건축물 중의 하나로 손꼽힌다.

로만 배스를 둘러보는 데는 한 시간 가까이 걸린다. 입구에서부터 대욕탕에 이르기까지 복도 양 옆으로 전시공간이 펼쳐진다. 로만 배스를 발굴하는 과정에서 출토된 유물이 박물관처럼 전시돼 있다. 입구에서 한국어가 포함된 오디오 가이드를 대여해 찬찬히 설명을 들으며 2층 테라스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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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스에서 대욕탕을 바라보면 초록빛 섭씨 46도의 온천수에서 연한 수증기가 피어오른다. 수증기 너머로는 웅장한 배스 수도원(Bath Abbey)과 주변 건물들이 보인다. 미로처럼 전시실을 돌다 보면 펌프룸에서 온천수를 마셔볼 수 있다. 입안을 감도는 쌉싸름한 물맛이 오묘하다. 로만 배스 옆에 있는 서메이 배스 스파(Thermae Bath Spa)에서는 천연 온천을 활용한 현대식 스파를 경험해볼 수도 있다.

18세기 영국 상류 사회와 제인 오스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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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스가 현재 모습의 휴양도시로 성장한 시기는 18세기 초였다. 사실 로만 배스는 로마인들이 브리튼섬에서 물러난 뒤 싸구려 온천장 정도로 방치되며 오랜시간 잊혀졌다. 세인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이 도시가 되살아난 것은 세 사람 덕분이었다. 도시를 설계한 존 우드와 건축재를 공급한 랠프 앨런, 사교계를 조직한 리처드 보 내시가 그들이다.

우드는 도시를 설계했고 앨런은 자신의 채석장에 있던 돌더미를 건축재로 내놓았다. 내시는 온천 휴양지의 사교계를 조직했다. 이들의 노력으로 18세기 배스는 런던 못지않은 상류 사회 최고의 명소로 발전했다. 《오만과 편견》으로 널리 알려진 작가 제인 오스틴이 배스에 살았던 것도 이 시기다. 오스틴은 배스에서의 체험으로 소설 《설득》을 썼다.

로만 배스에서 쇼핑가를 따라 북쪽으로 5분 정도 걸어가면 ‘제인 오스틴 센터’가 나온다. 제인 오스틴 센터는 당시 그녀의 생활과 거리 모습 등을 소개한다. 우드가 건축한 서커스(Circus)와 로열 크레센트(Royal Crescent)도 근방에서 만날 수 있다.

초승달 모양의 로열 크레센트는 1774년 우드가 귀족들의 거처로 지은 테라스하우스다. 배스 근교에서 채취한 우윳빛 석재와 114개의 이오니아식 원기둥이 늘어선 우아함이 특징이다. 한 블록 떨어진 곳의 서커스는 세 개의 크레센트가 모여 둥근 원형을 이룬다. 귀족들의 사교장이었던 어셈블리 룸(Assembly Rooms)의 샹들리에는 18세기 영국 상류층의 화려했던 사교 생활을 짐작하게 한다. 18세기 귀족들이 모여 무도회와 음악회를 열었던 무도실과 카드룸 등 화려한 사교장이 개방돼 있다.

걷기 좋은 도시 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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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스는 로만 배스와 배스 사원을 중심으로 관광지가 모여 있어 도보 여행을 하기에 좋다. 로만 배스에서 제인 오스틴 거리로 향하는 길은 쇼핑을 즐길 수 있는 상점이 즐비하다. 쇼핑의 거리에서는 액세서리와 인테리어를 판매하는 소품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조지 스트리트나 로열 크레센트 근처 좁은 골목에는 골동품점이 흩어져 있다. 배스 사원 앞을 비롯해 거리 곳곳에는 길거리 공연을 펼치는 거리 악사들이 많아 흥겹다.

배스 사원 뒤편 동쪽으로 걸어가면 에이븐 강(River Avon)을 가로지르는 펄트니 브리지(Pulteney Bridge)를 만날 수 있다. 이곳은 영화 ‘레미제라블’의 촬영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영화 속에서 자베르 경감이 자괴감을 느끼고 자살하는 장면이 이곳을 배경으로 촬영됐다. 이탈리아 피렌체의 베키오 다리를 본떠 만들었다는 펄트니 브리지 위에는 상점과 카페가 있어 색다른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젊음이 그려진 브리스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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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스톨은 배스에서 기차를 타면 30분 안에 도착한다. 항구도시 브리스톨 거리에선 건물 외벽에 그려진 ‘그래피티 아트(graffiti art)’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브리스톨 템플미즈(Temple Meads)역에서 가까운 중심가의 넬슨 거리와 파크 스트리트를 걷다 보면 그래피티 아티스트 뱅크시의 작품이 곳곳에 있다.

정치와 전쟁에 대한 풍자를 담은 상당수 그래피티가 그의 작품이다. 뱅크시는 프랑스의 난민정책을 비판하거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문제 등 민감한 사회 문제에 대해 거침없이 그려 놓고 사라진다. 뱅크시의 그래피티는 사회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유머러스한 재치까지 담겨 있다.

뱅크시는 전 세계적으로 ‘얼굴 없는’ 그래피티 아티스트로 알려져 있다. 뱅크시라는 이름조차 확실하지 않을 정도로 그의 정보는 제대로 알려진 바가 없다. 예고도 없이 거리 곳곳에 페인트로 그림을 그린 뒤 홀연히 사라진다고 짐작할 뿐이다.

뱅크시가 짧은 시간에 작업한 뒤 사라질 수 있는 것은 스텐실 기법 덕분이라고 사람들은 추측한다. 스텐실 기법은 벽에 직접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구멍을 뚫은 틀 위에 스프레이를 뿌리는 방식. 뱅크시의 작품으로 알려진 그래피티는 테두리나 마무리 부분이 깨끗하고 또렷하다.

뱅크시가 1990년대부터 거리 곳곳에 남기면서 시작된 그래피티 아트는 이제 브리스톨의 상징이 됐다. 브리스톨시도 한때 그래피티를 불법 낙서로 인식하며 골칫거리로 여겼다. 하지만 이제 그래피티는 수많은 관광객을 브리스톨로 불러들인다. 뱅크시의 그래피티 작품을 따라 걸으면서 설명을 듣는 브리스톨 그래피티 투어가 있을 정도다. 브리스톨시도 이제는 그래피티를 작품으로 보호한다. 도시 곳곳에는 뱅크시의 작품뿐만 아니라 그의 작품에 영향을 받은 다른 작가들의 그래피티 작품들도 있다.

영국 드라마 ‘스킨스’와 ‘셜록’의 촬영지

브리스톨은 인기 영국 드라마 ‘스킨스’의 촬영지다. 영국 청소년들의 삶과 우정을 그려낸 ‘스킨스’는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드라마다. 특히 드라마에서 종종 등장하는 클리프턴 현수교(Clifton Suspension Bridge)는 브리스톨의 상징과도 같은 다리다.

클리프턴 현수교는 자동차가 발명되기도 전인 1864년 빅토리아 시대에 완공됐다. 당시 최고의 엔지니어였던 이점바드 킹덤 브루넬(Isambard Kingdom Brunel)이 설계했다. 150년 가까이 시간이 흐른 지금도 차량과 사람들이 건널 정도로 튼튼하다. 세계 1등급 구조물로도 인정받았다고 하니 당시 다리를 건설한 영국의 기술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에이븐 강 위 75m 협곡에 걸린 길이 414m의 클리프턴 현수교는 아찔하면서도 우아하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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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드라마 ‘셜록’의 몇몇 에피소드도 브리스톨을 배경으로 촬영했다. 킹 스트리트(King Street), 퀸 스퀘어(Queen Square) 등 영국의 옛 모습을 간직한 브리스톨 시내 곳곳이 드라마 촬영지다. 1140년 아우구스티노 수도회의 수도원으로 세워진 브리스톨 대성당(Bristol Cathedral)과 고풍스러운 실내 시장인 세인트 니컬러스 마켓(St. Nicholas Markets)도 시가지에 모여 있다.

항구 도시답게 브리스톨에는 항구 주변에도 즐길거리가 많다. 세계 최초로 대서양 횡단을 한 철선인 그레이트 브리튼호가 전시된 항구를 찾아보자. 재개발로 새롭게 변모한 수변(Waterfront)에는 저녁 늦게까지 불을 밝힌 펍과 카페, 레스토랑이 즐비하다.

배스(영국)=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

여행 메모

배스는 런던에서부터 남서쪽으로 170㎞쯤 떨어져 있다. 런던에서 배스까지 버스로 이동하면 세 시간가량 걸리므로 기차를 이용하는 게 편리하다. 런던 패딩턴 역에서 배스까지는 기차로 1시간30분 정도 걸린다. 배스에서 브리스톨까지는 기차로 30분 거리다.

부산 지역에서 출발하는 여행객은 영국항공(British Ariways)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코레일과 영국항공은 양해각서(MOU)를 맺고 지난 8월부터 기차와 항공을 결합한 ‘Air&Rail’ 상품을 출시했다. 부산발(發) 고속철도(KTX)를 타고 인천공항까지 직행해 영국항공에 탑승할 수 있다. 부산에서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KTX 운임은 영국항공에서 부담한다. 영국항공은 보잉787 드림라이너를 서울~런던 노선에 투입해 운항하고 있다. 주 7회 직항노선으로 매일 1회 운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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