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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사이드 人터뷰] SKT 인공지능 연구소 '누구나주식회사' CEO 맡은 이두희 씨

입력 2016-10-14 18:46:41 | 수정 2016-10-15 11:11:22 | 지면정보 2016-10-15 A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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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해커 출신 CEO요?…대학 입학할 땐 '컴맹'이었죠"

AI전문가 아닌 프로그래머 출신
대학생 때 학교 전산시스템 해킹…김태희 졸업사진 유출 '유명세'
울트라캡숑 등 벤처 연쇄 창업

'SW 전사' 키우는 코딩 교육자
백수 때 '멋쟁이사자처럼' 세워 4년간 2000명 무료 코딩 교육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만이 세상 바꿀 프로그램 만들어"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기사 이미지 보기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SK텔레콤이 인공지능(AI) 개인비서 서비스인 ‘누구’를 내놓으면서 가상회사인 ‘누구나주식회사’를 설립했다. 누구나주식회사 최고경영자(CEO)와 사외이사는 SK텔레콤 누구 개발팀에 전문가와 소비자의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사외이사로 국내 최고 AI 전문가인 정재승 KAIST 교수, 장병탁 서울대 교수 등이 참여하면서 이들의 의견을 모으는 CEO로 발탁된 이두희 대표(33)에게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재학 시절 ‘천재 해커’로 이름을 떨친 이 대표는 졸업 후 울트라캡숑, 콩두컴퍼니 등 여러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창업했다. 2013년 4월부터는 비(非)전공자에게 무료로 코딩(프로그래밍)을 가르치는 비영리단체 ‘멋쟁이사자처럼’을 운영하고 있다.

‘계속 아이디어를 던지는 사람’

지난 13일 서울 역삼동 구글캠퍼스에서 이 대표를 만났다. AI 전문가가 아니라 코딩 교육자인 그에게 누구나주식회사 대표를 맡긴 까닭을 묻자 “SK텔레콤은 ‘계속 아이디어를 던지는 사람’을 찾았다”며 “개발자를 많이 다뤄본 사업자가 아니라 계속 다르게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사람 중에 아이디어를 사업화할 수 있는 사람을 고른 것 같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누구나주식회사는 SK텔레콤 내부 인력만으로는 AI 개인비서 서비스 개발 속도를 높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서 미래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기 위해 구성한 조직”이라며 “이용자의 반응을 보면서 앞으로 나아갈 길을 뚫어주는 일을 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자신이 발견한 문제를 소프트웨어로 풀기 위해 노력하는 개발자 중 한 사람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2006년 서울대 재학 시절엔 전산시스템의 보안 허점을 발견하고 학교 측에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고쳐지지 않자 학교 전산시스템을 해킹해 같은 대학 졸업생인 연기자 김태희의 고교 졸업사진을 유출하면서 천재 해커로 유명해졌다. 2008년엔 서울대 학생들이 익명으로 교수를 평가하는 사이트인 SNU EV를 개설하기도 했다. 개설하자마자 1000여명이 등록하면서 인기를 끌었다.

‘백수의 왕’ 멋쟁이사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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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대학 입학 당시에는 자신도 ‘컴맹’이었다고 뜻밖의 고백을 했다. 그는 “C언어 등 컴퓨터 언어가 너무 어려워 대학 1, 2학년 땐 ‘컴퓨터 부진아’였다”며 “그러던 중 교수 평가 사이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보면서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실제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니 ‘세상에 이렇게 재밌는 것이 또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 본인이 코딩을 공부한 방법대로 먼저 소프트웨어로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찾은 뒤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서 코딩을 가르치는 3개월짜리 ‘코딩 단기 집중 코스’를 개설했다. 그가 운영하는 비영리단체 멋쟁이사자처럼이 하는 코딩 교육의 핵심이다.

멋쟁이사자처럼은 이 대표가 백수였을 때 지은 이름이다. 그는 “백수의 왕이 사자니까 스스로 멋지다고 최면을 거는 기분으로 멋쟁이사자처럼이라고 이름을 지었다”며 “당시에 나 자신에게 용기를 주는 게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클래스메이트, 소셜데이팅 서비스 너말고니친구 등을 개발·운영한 스타트업 울트라캡숑의 최대주주였지만 2013년 팀원들과의 의견 차로 보유 주식을 강제 매각해야 했다. 상심이 컸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박사과정도 그만두고 창업에 뛰어들었던 터라 돌아갈 곳도 없었다. 1주일간 집에서 누워만 있으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고민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다 보니 코딩을 가르치는 일은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문제의식이 확실해야

서울대 교내에 포스터 10장을 붙여놓고 학생들을 기다렸다. 예상 외로 지원자가 몰렸다. 이 대표는 “코딩을 배우고 싶어하는 학생이 생각보다 많아서 놀랐다”고 했다. 200여명이 지원했다. 이 중 대학생 30명에게 코딩을 가르쳤다. 선발 기준으로 그는 “나도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만큼 정말 고마워하면서 전력을 다해 코딩을 배울 사람들로 뽑았다”며 “이걸 배우는 데만 집중해야지 제대로 익힐 수 있을 정도로 코딩이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박사과정을 자퇴한 상황이라 교내 시설을 이용할 수 없었다. 학교 앞 카페에 어렵게 자리를 잡고 오후 7시부터 새벽까지 1주일에 월·수·금요일 사흘을 무보수로 코딩을 가르쳤다. 오히려 자비로 밥을 사주기도 하다 보니 비용이 꽤 많이 들었다.

이 대표는 “몇 개월 동안 코딩을 배운 학생들이 ‘총학생회 전자투표’ ‘날씨 아나’ 등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을 보니 정말 뿌듯했다”고 말했다. 그는 “코딩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던 인문대생들도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아서인지 개발 동기가 강해 빨리 배웠다”며 “문제의식이 확실하면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총학생회 전자투표 프로그램을 개발한 학생은 불문학 전공자였다. 온라인으로 총학생회 투표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투표율이 눈에 띄게 높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대표는 “어느 플랫폼을 쓰는지에 따라 정치 참여율이 달라진다는 문제의식을 가진 학생이었기 때문에 코딩을 배워야 한다는 동기 부여가 잘 돼 있었다”고 말했다.

2000명에게 무료 코딩 교육

이 대표는 초등학교 소프트웨어 교육 의무화에는 비판적이었다. 그는 “컴퓨터의 역사나 용어, 개념부터 설명하는 방식으로는 초등학생들에게 코딩을 가르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멋쟁이사자처럼의 커리큘럼은 학교에서 가르치는 방식과는 확연히 다르다. 3~4명이 한 팀을 이뤄 개발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찾는다. 그는 “만들고 싶은 프로그램이 없으면 억지로 개발하지 말라고 한다”며 “스스로 만들고 싶은 것을 컴퓨터를 활용해 개발할 때 코딩 능력이 자기 것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처음 코딩 교육을 시작했을 때는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가 오래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1기를 마친 뒤 코딩 수업을 받고 싶다는 이메일을 300통 이상 받았다. 여러 기업과 기관의 후원으로 계속 수업을 이어간 것이 4년을 채웠다.

지난 4년간 98개 학교에서 2000명에 가까운 학생이 교육을 받았고 이들이 개발한 서비스만 200여개에 달한다. 이 대표는 “2000명 가운데 20% 정도는 코딩 능력을 확실히 익혔다”며 “60%가량은 직접 코딩을 하진 못해도 코딩을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코딩을 이해한다는 것은 비전공자들이 개발자의 언어를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라며 “비전공자가 코딩을 배워서 개발자들과 제대로 대화할 수 있게 된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멋쟁이사자처럼 출신들은 자소설닷컴, 비프로, 글리터 등 기업을 창업하기도 하고 잡플래닛, 쿠팡, 선데이토즈 등 다양한 정보기술(IT) 기업에 취업했다.

무료 코딩교육 단체 '멋쟁이사자처럼'

교육생이 두 시간 만에 만든 '메르스지도' 500만명 방문
"실력으로 활동 증명하라"…합격·수료증 발급 안해


‘멋쟁이사자처럼’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출신 ‘천재 해커’로 잘 알려진 이두희 대표가 2013년 설립한 소프트웨어(SW) 코딩(프로그래밍) 교육 단체다. 코딩을 전혀 모르는 학생도 약 9주간의 교육으로 자신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다. 2013년 4월 서울대 재학생 30명이 코딩을 배운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98개 학교에서 1907명이 멋쟁이사자처럼을 통해 무료 코딩 교육을 받았다.

멋쟁이사자처럼은 구글이 비영리단체의 사회 혁신 프로젝트를 선정해 지원하는 구글임팩트챌린지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우승을 차지했다. 상금 5억원과 12개월간 멘토링을 지원받는다.

이 대표는 “현실의 문제를 소프트웨어를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비(非)전공자도 코딩을 할 수 있어 실생활과 연관된 문제를 해결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지도’를 예로 들었다. 그는 “교육을 받은 학생이 메르스 지도를 만드는 데 두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며 “국내에서 메르스가 퍼지면서 500만명 이상이 방문했다”고 말했다. “두 시간 만에 만든 서비스로 500만명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이 소프트웨어의 힘”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대학생뿐 아니라 정보기술(IT) 소외 지역 초등학생을 위한 코딩 수업도 하고 있다. 그는 “2주에 한 번씩 전남 구례 연곡분교를 찾아가 초등학생 20명에게 코딩 교육을 하고 있다”며 “IT 교육 혜택을 받지 못하는 초등학생의 코딩 교육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고교생,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유료 교육을 하는 등 자체적인 수익 모델도 마련할 계획이다.

멋쟁이사자처럼은 합격증이나 수료증을 발급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캠프를 다녀와서 이력서에 한 줄 적는 데 그치는 것처럼 코딩 교육의 가치가 낮아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교육 과정에서 개발한 프로그램 포트폴리오나 실력으로 활동을 증명하면 된다”고 말했다. 단지 스펙 쌓기 목적으로 코딩 교육을 받지는 말라는 뜻이다.

추가영 / 임원기 기자 gyc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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