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은 지난 12일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사장단에 변화와 혁신을 위한 실천을 주문했다. 올해 CEO 세미나에는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가운데) 등 SK 사장단 40여명이 총출동했다. SK그룹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은 지난 12일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사장단에 변화와 혁신을 위한 실천을 주문했다. 올해 CEO 세미나에는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가운데) 등 SK 사장단 40여명이 총출동했다. SK그룹 제공
“글로벌 사업은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뛰어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 사장단에 특명을 내렸다. 지난 12~14일 2박3일간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연례 CEO 세미나에서다. 최 회장은 “글로벌 사업에서 성공하려면 담당 임직원뿐 아니라 CEO나 적어도 CEO 후보군이 직접 챙겨야 한다”며 “성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돌아오지 않겠다는 각오로 임해달라”고 주문했다. 지금보다 더 독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최태원 "글로벌 사업 CEO가 직접 뛰어라"
최 회장은 지난 6월 “변하지 않으면 서든데스(sudden death·돌연사)할 수 있다”며 근본적 혁신을 요구했다. 돈 버는 방식, 자산 관리 방식, 일하는 방식을 확 바꾸자고 했다. 강연도 그동안 ‘회장님 강연’과는 거리가 먼 TED 형식으로 이뤄졌다. 와이셔츠 차림에 넥타이를 푼 채였다. 그만큼 변화와 혁신이 절박하다는 메시지다.

SK 사장단은 이번 CEO 세미나에서 그동안 준비해온 혁신안을 풀어놨다. 핵심은 업(業)을 선도하거나 판을 바꿀 사업 모델 구축이다. 글로벌 시장에 과감히 진출해 새로운 성장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를 위해 △과감한 인수합병(M&A)을 통한 신성장 동력 확보 △주요 사업조직의 중국, 미국 등 글로벌 전진 배치 △핵심 사업의 글로벌 파트너링(제휴) 강화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 등 신기술 확보 △리소스 풀링(관계사 자산을 합쳐 사업)에 나서기로 했다.

일부 CEO는 핵심 사업을 중심으로 중간지주사 도입 같은 회사 지배구조 개편을 제안했다. 회사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은 지주사인 SK(주)의 자회사이면서 SK에너지,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 등 손자회사를 거느리며 시너지를 내고 있다”며 “이런 분야를 지속적으로 발굴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일하는 방식도 근본적으로 바꾸기로 했다. 우선 회의·보고 절차 간소화와 복장 자율화, 자율출퇴근제를 그룹 차원에서 도입하기로 했다. 임직원 사이에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가 충분히 형성됐다는 판단에서다. 연공서열식 보상체계는 성과 중심으로 바꿀 계획이다. 성과가 있는 곳에 확실한 승진과 보상이 뒤따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7월 생산직에 성과급여제를 도입했다.

최 회장은 CEO 세미나 기간에 주로 CEO들의 혁신안과 의견을 들었다. 간혹 논평하는 정도였다. 마지막 날인 14일 다시 TED식 강연을 했지만 이는 SK의 경영철학인 SKMS(SK매니지먼트 시스템)를 일부 수정하고 다시 한 번 강조하는 차원이었다. SK 관계자는 “변화를 위해서는 계획에 머물지 않고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는 데 CEO들이 공감했다”며 “구체적인 혁신 방향은 회사별 사업계획에 반영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SK그룹 내에선 올해 사장단·임원급 인사가 빨리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근본적인 변화와 혁신을 위해 일부 계열사에 대한 깜짝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최 회장은 “리더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자기 초월성이 있어야 한다”며 “근본적 혁신의 방향성과 방법을 그려낼 설계 능력을 갖춘 뒤 끈질기고 열정적이면서 자기 희생적으로 임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이 이번 CEO 세미나에서 제시한 인사 잣대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