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을 둘러싼 국회와 정부 내 논란이 가히 허무개그 수준이다. 법을 만든 의원들조차 권익위의 법 해석에 강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법 취지는 어디로 가고 ‘생화 불가, 종이꽃 가능’ ‘캔커피 한 통은 되고 한 박스는 안 된다’ 식의 논란이 상임위에서 자못 진지하게 반복됐을 정도다. 이 법을 고치자는 개정안이 벌써 6건이나 쌓여 있다. 뒤죽박죽이다.

정부가 어제 총리 주재 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 태스크포스를 만들기로 한 것도 이 법으로 인한 공직과 관변의 혼선·혼란을 더 방치할 수 없다는 자성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혼선을 부채질해온 권익위에 대한 통제 차원의 회의가 명백했다.

가장 큰 우려는 쏟아지고 있는 권익위의 법 해석이다. 주무부처의 해석은 법 제정 취지에 완벽히 부합해야 하며, 월권 해석은 금물이다. 통상임금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수십년 행정지침이 법원에서 완전히 뒤바뀐 게 대표적 사례다. 법의 취지, 보편적인 법정신, 국민적 상식을 기반으로 향후 다양한 판례들이 쌓이면서 정리될 일이다. 하지만 권익위가 마치 모든 한국인의 수많은 행동에 대한 규범집이라도 만들려는 듯 과욕을 보였다가 총리의 제동을 받았다.

이 법의 태생적 문제점이나 날림 제정에 대해서는 새삼 재론할 가치도 없지만, 시행에 맞춰 소동을 부채질하는 국회도 어이가 없다. 이번주 정무위 국감에서 의원들과 성영훈 권익위원장 사이에 오간 ‘카네이션 타령’ ‘커피 논쟁’이 그랬다. “병문안 때 (꽃·과일)바구니는 선물이니 5만원까지, 봉투는 위로금이니 10만원까지 괜찮은지 헷갈린다”는 문제 제기나 이 질의에 쩔쩔매는 권익위 수장을 보면 앞장서 이 법을 희화화하는 곳은 역시 국회와 권익위였다. 그러면서도 적폐 중의 적폐인 ‘쪽지예산’이야말로 김영란법 위반이라는 기재부의 발표를 국회는 영 못 들은 척한다.

김영란법만이 허무개그인 것도 아니었다. 이 법을 다룬 정무위만도 아니었다. ‘김정은 제거론’까지 나오는 판에 국방위에서는 기껏 김제동 청문회가 관심사처럼 됐다. 외통위의 심재권 위원장은 선제타격론을 거론하는 미국을 오히려 비난하는 듯한 발언을 해 여당 의원들이 집단퇴장하는 일이 생겼다. 핵을 쥔 북한이 아니라 핵위협을 풀려는 미국에 경고하는 사람이 외통위를 이끌고 있는 지경이니 김영란법을 둘러싼 해프닝은 작은 소극일지도 모른다.

원칙대로 가면 될 일이다. 수만가지 상황을 가정해 백과사전식 매뉴얼을 짜두려는 게 문제다. 권익위의 유권해석은 법원에 가면 책임도 못 진다. 국회부터 캔커피 논쟁에서 벗어나 북핵 대응책을 비롯해 산업구조조정, 고용한파, 부채급증 같은 문제를 직시하고 바른 해법을 모색할 때다. 국회가 이 지경이니 나라 꼴이 허무개그 수준으로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