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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팀 리포트] 고발·탄원만 하루 수십 건…경찰민원실 24시

입력 2016-10-15 09:00:04 | 수정 2016-10-15 09:00:04 | 지면정보 2016-10-15 A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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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딱지 떼?"·"서장 나와!"…'갑질' 민원인들 생떼·욕설

CCTV로 허위사실 확인 불구 민원실 직원에 난동·항의전화
"익숙해져도 '감정노동' 힘들다"

온라인 민원 폭주로 업무 가중
타부서에 비해 '빛' 안나지만 "그래도 억울한 사람 없게 해야"
민원인들이 14일 서울의 한 경찰서 민원실을 찾아 상담하고 있다. 민원실은 고소·고발장 접수부터 정보공개청구까지 다양한 업무를 한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기사 이미지 보기

민원인들이 14일 서울의 한 경찰서 민원실을 찾아 상담하고 있다. 민원실은 고소·고발장 접수부터 정보공개청구까지 다양한 업무를 한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이 길을 간 적도 없는데요.”(민원인)

“그럼 차량을 도난당하셨나요?”(경찰관)

“××(욕설), 카메라가 이상한 거라니까.”(민원인)

14일 오전 10시께 서울 강남경찰서 1층 민원실. 50대로 보이는 민원인이 교통법규 위반 고지서를 들고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그는 “내가 과속을 할 리가 없다”면서 일방적으로 호통을 쳤다. 경찰관이 친절하게 대응해주면서도 대수롭지 않게 반응하자 씩씩거리면서 돌아갔다. 민원실 관계자는 “이미 무인단속 카메라나 블랙박스에 다 찍힌 내용도 본인이 아니라고 생떼를 부리는 사람이 많다”면서 “가끔 욕설을 들으면 화도 나지만 참는 게 상책”이라고 했다.

경찰 민원실은 일반 시민들과 직접 마주하는 최접점이다. 경찰청과 지방경찰청, 일선 경찰서 모두 각각의 민원실을 운영한다. 각종 고소·고발 접수와 제보도 이곳에서 이뤄진다. 경찰 수사부터 교통범칙금에 이르기까지 온갖 국민의 불만이 모이는 통로다. 운전면허증 갱신이나 재발부 같은 서비스도 제공한다.

◆‘악질 민원인’ 집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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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 온갖 ‘갑(甲)질’을 감내하는 장소로 변질되곤 한다. 같은 날 경찰청 민원실에서 한 경찰관은 전화로 “선생님, 욕설은 자제하시고요”라고 거듭 말했다. 해당 민원인은 3년 동안 1주일에 한두 번꼴로 항의 전화를 걸어온다고 했다. 과거 민원실에 넣은 제보가 폐쇄회로TV(CCTV)로 허위라는 것이 증명된 뒤 반복되는 일이다.

교통법규 위반 관련 업무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왜 나만 잡느냐”고 발뺌하는 ‘생떼형’, “한 번만 봐달라”고 하는 ‘읍소형’, “난 절대 아니다”고 잡아떼는 ‘오리발형’, “서장 나오라고 해”라는 ‘호통형’ 등 다양하다. 반대로 교통법규 위반 차량을 촬영해 신고한 뒤 “왜 과태료를 늦게 매기냐” “외제차라고 봐주는 거냐”며 괴롭히는 민원인도 많다.

구청이나 시청 민원실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게 경찰관 얘기다. 민원실마다 악명 높은 ‘악질 민원인’이 있다. 2년 동안 한 경찰서 민원실을 출근하다시피 드나든 30대 중반 여성도 있었다. 그는 2014년 근처 고시원에 살다가 월 임차료를 계속 못 내 주인과 명도소송을 벌였다. 주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웬만하면 방을 빼는 게 좋겠다’고 권고하자 그는 “나와 주인의 문제에 왜 당신이 끼어드느냐”며 민원을 제기했다. 벌금형을 받은 뒤 지난 8월까지 2년간 민원실에 와서 소리를 지르고 울면서 온종일 난동을 부렸다고 했다.

이 밖에도 한 달에 한 번씩 찾아와 고성을 지르는 할머니, 비만 오면 민원실 앞에서 소주 병나발을 부는 아저씨 등 다양하다. 한 경찰서 민원실장은 “구청, 우체국 등 공공기관을 다 돌면서 행패를 부린 뒤 마지막 코스로 찾는 곳이 경찰서”라며 “순회공연을 하듯이 ‘진상’을 부리는 코스가 짜여 있다”고 말했다.

경찰서 관할구역 특성에 따라 민원실 분위기도 다소 다르다. 강남서 민원실에는 경제 사건이 집중된다. 하루 고소·고발장만 40~50건이 접수된다. 신영철 강남서 민원실장은 “곗돈 문제나 땅 등이 얽힌 사기, 보이스피싱 등에 대한 고소·고발이 많다”며 “인터넷 중고거래사이트인 중고나라 피해 신고도 하루 3~4건씩 꾸준히 들어온다”고 말했다.

◆‘감정노동’ 시달리고 보상도 미미

민원실에는 교통과 수사과 등에서 파견된 경찰관뿐 아니라 행정 업무를 맡는 행정관이 있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전국 민원실 직원은 경찰 1049명, 행정관 702명 등 총 1700여명에 이른다. 이들은 ‘감정 노동’에 시달리지만 다른 부서에 비해 크게 주목도 받지 못한다. 민원 업무에 따른 특수업무 수당도 2000년 이후 15년째 월 3만원에 불과하다.

악성 민원인에게 공무집행방해죄 등을 엄격하게 적용하기도 힘들다. 딱딱하고 불친절하다는 이미지를 탈피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다. 경찰은 2006년부터 치안고객만족도를 인사평가에 30%가량 반영한다. 악성 민원인일수록 투서를 남발해 부담이 크다. 한 민원실 관계자는 “악성 민원인들은 자기가 원하는 답변이 나올 때까지 민원을 계속 넣는다”며 “걸핏하면 청와대 신문고에 투서한다고 협박하는데 사리에 맞든 안 맞든 신경이 쓰인다”고 토로했다.

경찰 민원실에선 한 해 200만건에 가까운 민원을 해결하고 있다. 올해 8월까지 전체 민원 처리 건수는 126만7510건에 이른다. 증명확인 같은 단순 민원은 다소 줄어든 반면 각종 진정·탄원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국민신문고(www.epeople.go.kr)를 통해 경찰로 들어온 온라인 민원도 늘고 있다. 지난해 57만77931건으로 2011년(10만5359건)보다 5배가량 급증했다. 올해는 9월까지 벌써 62만7432건을 처리했다. 경찰청 민원실 관계자는 “하루에 3000~4000건씩 쏟아지는 온라인 민원을 일일이 확인해 해당 경찰서에 넘겨주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조직은 민원실을 확대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달 198㎡짜리 민원실을 신축해 문을 열었다. 한 민원실장은 “경제력이 없는 사회적 약자들이 민원실을 찾을 때는 적극 돕겠다는 마음이 든다”며 “하지만 멀쩡한 사람들이 ‘대한민국 국민으로 권리를 누리겠다’면서 억지를 쓰는 경우가 있어 힘이 빠질 때가 많다”고 말했다.

심은지/마지혜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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